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 결의안이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표결에서는 중-러를 뺀 나머지 13개 이사국이 찬성했지만 상임이사국 두 나라의 거부권에 막힌 것이다. 중국의 주유엔 대사는 미국을 향해 “한반도에 전쟁의 불길을 퍼뜨리려 한다면 결단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위협했고, 미국 국무장관은 대(對)중국 전략을 공개하며 “중국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면 전략적 환경을 바꿀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북한의 도발 폭주에 대한 유엔 차원의 징벌 조치를 중국 러시아가 무산시킬 것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지만 이를 둘러싼 중-러와 서방 간 정면 대결 양상은 세계적 신냉전 기류가 유럽을 넘어 동북아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중국은 북한 감싸기를 넘어 “미국이 한반도 상황을 인도태평양 전략이란 체스판의 말로 쓰려 한다”며 대미 공세에 나섰다. 이에 맞서 미국은 ‘더 억압적이고 더 공격적인 시진핑 주석의 중국공산당 체제’를 직격했다.
중-러 독재진영과 서방 민주진영의 대립 격화는 과거 소련과 동구권 붕괴를 이끈 미국의 봉쇄전략을 부활시키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한 중국 대응전략의 핵심은 미국의 자강(自强), 동맹·우방과의 연대, 중국과의 경쟁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국과의 충돌이나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 내용은 70여 년 전 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해 가동한 봉쇄전략의 새로운 버전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신(新)봉쇄전략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에서 중-러를 동시에 옥죄는 전방위 포위망을 완성하고자 한다. 중-러의 평화 파괴와 질서 교란이 부른 당연한 귀결이지만, 북한은 이런 중-러의 비호 아래 거침없는 핵 도발을 감행하며 한반도를 또 하나의 신냉전 최전선으로 만들려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한국도 자체 억지력 확보와 한미동맹 강화, 국제연대 확대로 단단히 대비해야 하는 비상한 시기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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