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제7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칸영화제의 2개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한 것은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수상작들은 아시아 다른 국가의 감독 혹은 배우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브로커’는 소재와 배우, 배경, 자본의 국적이 모두 한국이지만 일본 거장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헤어질 결심’은 중국의 스타인 탕웨이를 주인공으로 발탁했다. 한국 영화에 다른 아시아 국가의 감성과 문화를 녹여 넣은 작품들이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한국 영화의 과거 해외 진출 방식이 배우나 감독 개인의 참여였던 것과 달리 영화 산업의 체질 자체가 글로벌화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 바탕에는 한국 영화를 포함한 K콘텐츠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앞서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 같은 작품들이 국제 무대에서 여러 상을 휩쓸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높아진 K콘텐츠의 위상이 한국 영화가 다양성을 키우며 진화해 나가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콘텐츠는 성공한다’는 신뢰는 해외 제작사들까지 한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영화 ‘미나리’나 드라마 ‘파친코’가 대표적 사례다. 최근 개봉한 프랑스 영화 ‘배니싱’은 프랑스 감독이 한국 배우들을 캐스팅해 한국에서 촬영했다.
한국 영화는 이제 다국적 문화와 예술을 더 다양하게 담아내며 글로벌 무대로 거침없이 확장해 나가고 있다. K콘텐츠의 매력은 언어(자막)의 장벽도 허물어뜨리고 있다. 박 감독은 “유럽이 1960, 70년대부터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만들어왔는데 아시아도 이런 교류가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이 글로벌 영화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영화 자본과 인적 자원의 교류 및 투자가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제2, 제3의 박찬욱과 송강호가 나올 수 있도록 영화계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도 넓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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