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이유[김학선의 음악이 있는 순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30〉 튜즈데이 비치 클럽 ‘Lobster King’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봄이 되면 음악가들을 선발하는 이런저런 심사 의뢰가 들어온다. 공연에 세울 음악가들, 지원이 필요한 신인 음악가들 등 성격도 목적도 다 다르다. 요청이 오면 되도록 심사에 참여하려고 한다. 나의 일이기도 하거니와 내가 모르고 있던 새로운 음악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수백 곡의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음악을 듣다가 귀가 번쩍 뜨이는 새로운 음악가를 만날 때가 있다. 음악 관련 일을 하면서 가장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그 이름들은 나의 메모장으로 옮겨진다. 앞으로 더 관심을 갖고 찾아보겠다는 뜻이다.

최근 성격이 다른 두 심사에서 한 신인 밴드를 만났다. 한 곳에선 최종 선정됐지만, 다른 곳에선 아쉽게 2차 심사에서 탈락했다. 모든 심사위원의 생각이 다 같을 순 없는 것이고, 내가 느낀 매력만큼 다른 심사위원들을 만족시키진 못한 것 같다. 그럴 때는 아직 거친 면이 있지만 나만의 숨어있는 원석을 발견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제 막 경력을 시작하려는 음악가들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때 나는 이런 심사에서 떨어져도 크게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한다. 심사 결과는 결국 심사위원들의 취향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고, 만약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심사위원이 한두 명만 더 있었어도 결과는 달라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선정되지 못한 것과 음악이 좋지 않은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러니 좌절은 금지다.

하나 더 얘기를 한다면 그 어떤 무대라도 자신들이 갖고 있는 최선을 보여주라는 것이다. 작은 클럽 무대에서 관객 서너 명을 앞에 두고 공연하는 음악가들을 볼 때가 있다.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관객인 나부터도 민망하고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라. 그 세 명의 관객 가운데 한 명이 유명한 페스티벌의 기획자일 수도 있고, 나처럼 일간지에 음악가를 소개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사설이 길었다. 봄날, 내 마음에 쏙 들어온 밴드는 ‘튜즈데이 비치 클럽’이라는 4인조 신인 밴드다. ‘화요일 해변가 클럽’이란 의미가 모호한 이름을 가진 이 밴드는 올해 활동을 시작해 이제 겨우 노래 두 곡을 발표한 신인 중의 신인이다. 그 두 개의 노래 가운데 하나인 ‘랍스터 킹(Lobster King)’을 듣는 순간 나는 반해버렸다. 도대체 ‘바닷가재 왕’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려는 해변의 낭만을 이들은 복고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사운드로 표현해냈다.

내가 단박에 사랑하게 된 이 노래는 아쉽게 심사의 벽을 넘어서진 못했다. 그래서 이 노래는 ‘일단은’ 나만의 명곡으로 남게 됐다. 이제는 서로의 역할을 하면 된다. 튜즈데이 비치 클럽은 계속해서 음악을 해나가고, 나는 기회가 생기는 대로 이 젊은 밴드를 지금처럼 소개할 것이다. 언젠가 튜즈데이 비치 클럽이 음악 이미지처럼 대형 여름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될 때 나는 내 ‘촉’에 만족하며 혼자 흐뭇해할 것이다.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이유#튜즈데이 비치 클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