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6·1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어제 전원 사퇴했다. 3·9대통령선거 패배 후 그 원인 분석과 평가, 그에 따른 혁신을 위해 비대위가 구성된 지 불과 83일 만에 총사퇴한 것이다. 새로운 지도부는 앞으로 의원총회 등 논의를 거쳐 또 다른 비대위 체제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내에선 8월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당겨 개최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패배의 책임론을 두고선 벌써부터 심각한 내홍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7재·보궐선거와 올해 대선에 이은 민주당의 3연패는 진작부터 예견된 것이었고 이후 대처도 예상을 전혀 벗어나지 않았다. 비대위는 “국민과 당원에 사죄드린다”는 짤막한 발표와 함께 고개를 숙이고 퇴장했다. 통절한 반성과 쇄신의 각오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앞서 비공개 회의에선 일부 책임 문제도 거론됐다는데, 민주당 관계자는 “새로운 얘기가 아니지 않느냐”고 얼버무렸다. 그런 반성도 없으니 쇄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지고도 진 줄을 몰랐다. 국민의 매서운 심판에도 0.73%포인트 차이 석패(惜敗)라며 그걸 기화로 더욱 오만방자하게 굴었다. 반성과 쇄신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다수 의석의 국회 권력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였다. 패배한 대선후보가 방탄용 배지를 달기 위해 연고도 없는 지역에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다. 당내 성 비위 사건 처리도 미룬 채 두 공동비대위원장부터 주도권 싸움을 벌이기에 바빴다.
이런 거대 야당을 국민은 다시 한번 심판했다. 그런데도 당내에선 “이 정도면 다행이다” “지금은 윤석열 정부 허니문 기간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여전히 팬덤과 극단의 정치에 빠져 있으니 자기 위안과 변명이 나올 뿐이다. 이러다간 2년 뒤 총선 결과도 뻔하다. “차라리 그때 폭망했더라면…”이라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철저히 되돌아보고 확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회 독주의 유혹에서 벗어나 하반기 원 구성부터 약속대로 협치에 나서는 것이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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