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형준]공수처와 특별감찰관실, 일원화 검토해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6일 03시 00분


황형준 사회부 차장
황형준 사회부 차장
지난달 16일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김진욱 처장은 공수처 출범 1년 4개월 만에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숙한 모습을 보여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당초보다 인원이 줄어) 처·차장 포함해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일반 직원 20명이 되면서 ‘종이호랑이’가 됐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고 인력난을 호소했다. 전문성과 경험 부족 등에서 드러난 미숙함을 인력 탓으로 돌리긴 했지만, 공수처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외부 평가를 공수처 수장도 자인한 것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1월 출범 이후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위법 수사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 공수처 관계자는 사석에서 논란을 인정하며 “인력을 보강해 앞으로는 체급에 맞는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보다 더 역할을 못한 것은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실이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의 비위를 상시 감찰하는 기구로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추진됐다. 2014년 2월 말 국회는 관련법을 통과시켜 차관급인 특별감찰관 외에 5급 이상 공무원 7명을 직원으로 두고 감사원,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서 파견 공무원을 20명 내로 받을 수 있게 했다. 여야는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놓고 실랑이를 하다 2015년 3월에서야 검찰 출신의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을 임명했다.

이 감찰관은 이듬해 7월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 처가의 가족 회사 재산 축소 신고 여부 등에 대한 감찰을 실시하다 감찰 내용을 언론에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후임 특별감찰관이 임명되지 않으면서 특별감찰관실은 6년 가까이 방치되며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남았다.

최근 여당과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고사 상태에 빠졌던 특별감찰관제 부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대통령민정수석실 폐지로 대통령 친인척의 비위 감시 기능 등이 없어진 만큼 특별감찰관을 다시 임명해야 한다는 취지다.

원래 특별감찰관은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 공약에 맞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내세운 카드였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중첩되는 면도 적지 않다.

공수처 수사 대상엔 이미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소속된 3급 이상 공무원이 포함돼 있다.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인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을 수사할 수 있는 것. 특별감찰관 후보는 국회가 추천해야 하는데 여소야대 국면에서 후보를 놓고 기 싸움만 벌이다 시간을 지체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기능이 중복되는 공수처와 특별감찰관이 양립하며 예산을 쓰길 원할까. 수십 명에 불과한 대통령 친인척 때문에 20명 넘는 특별감찰관실을 재가동하기보다는 공수처 수사 대상 7000여 명에 대통령 친인척을 포함시키고 인력을 일부 늘려 주는 게 낫다고 본다. 여야가 이제라도 두 기관이 ‘윈윈’할 수 있는 생산적 논의에 나서길 기대해 본다.

#공수처#특별감찰관실#일원화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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