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도중 컨디션 난조로 지난달 귀국한 그는 골든 레트리버 ‘리오’와 심신을 추스른 뒤 6일 출국한다. “힘들거나 극복할 일이 있을 때 리오가 옆에 있기만 해도 다른 위로가 필요 없어요.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어 편안해져요. 산책, 여행 등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몰라요.”
박인비와 반려견의 인연은 취학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7세 때 아빠가 데려온 럭키가 처음이었어요…. 그 후로 25년 넘게 세미 리오 순으로 키우고 있어요.”
세미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99년 아버지가 준 우승 선물. 2001년 박인비의 미국 유학에도 동행했다. “어린 나이에 낯선 땅에서 적응하는 데 큰 힘이 됐어요. 외로울 때 의지하며 지냈죠.” 17년을 동고동락한 세미가 노령으로 힘들어할 때 대회 출전을 포기하기도 했다.
박인비뿐 아니라 반려견을 키우는 골프 선수가 늘고 있다. 몰티즈 ‘대박이’를 금쪽같이 아끼는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을 비롯해 박성현, 최혜진, 지은희, 신지애, 임희정 등도 반려견을 가족처럼 여긴다.
대표적인 멘털 스포츠인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코칭심리전문가인 정그린 그린코칭 솔루션 대표는 “골프 선수는 빡빡한 경기일정과 훈련에 따른 제한된 소통과 감정의 표현 때문에 외로움을 겪기 마련이다. 반려동물과 감정을 교류하면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덕선 한국체대 교수(스포츠심리)는 “골프선수가 반려동물을 대하면서 감정의 완충 작용과 정서적인 안정을 가져오면 경기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은 노년층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영국 리버풀대 연구에 따르면 반려견이 있는 사람은 매주 300분을 산책하게 돼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보다 200분을 더 걷는다고 한다. 미국 미시간대 의료센터는 “인간과 반려동물의 유대가 혈압과 스트레스 감소뿐 아니라 인지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정그린 대표는 “반려동물은 노년층에게 삶의 활력을 찾게 해 준다”며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 반려동물을 먹이고 씻기거나 산보 등으로 더욱 많은 활동을 하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 건강 증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려동물의 특성과 양육방법 등을 미리 이해한 상태에서 책임감과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펫티켓이란 말이 있듯 이웃에 대한 배려도 필수.
벗을 뜻하는 한자 ‘우(友)’는 왼손과 오른손이 정답게 맞잡은 모양에서 유래했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따뜻한 관계는 최고 보약이 될 수 있다.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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