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원수]‘1호 검증’은 검경 총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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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근무지에서의 업무 능력과 동료 관계 등 세평(世評)을 수집해 1, 2일 안으로 보고하라.’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공직자 후보군에 대한 인사검증을 하기 위해 청와대는 경찰에 이런 협조 공문을 보냈다. 경찰은 시도경찰청에 사발통문을 보내 보고서를 받았고, 남녀 관계와 같은 사생활 관련 의혹은 구두로 전달받았다고 한다. 검사장 승진 인사를 앞두고 한꺼번에 180명 이상의 검증 지시가 내려가 경찰에 비상이 걸린 적도 있다. 검찰은 경찰이 중심이 된 인사검증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자의 인사검증을 담당할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이 7일 출범한다. 민정수석실에서 법무부로 관할이 바뀐 인사검증 시스템의 첫 적용 대상자는 검찰과 경찰의 총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총장은 한 달 전부터 공석이고, 김창룡 경찰청장의 임기는 다음 달 23일까지여서 곧 후임이 지명될 예정이다. 검경 총수는 외부인사로 구성된 추천위원회 1차 관문이 있어 개인적 흠결 못지않게 편향 시비에 오르지 않을 후보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인사검증단에는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직원이 파견된다. 인사검증단은 5급 이상 각 부처와 공공기관 공무원에 대한 정보수집 권한이 있는데, 권력기관의 중간간부 이상에 대한 세세한 정보가 법무부에 축적되는 것이다. 다른 권력기관이 이를 반길 리가 없고,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에서 권력기관 간 알력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 인사검증 사령탑을 맡게 될 비권력기관 출신의 국장급 공무원이 이처럼 복잡한 이해관계를 제대로 조율할 수 있을까.

▷과거 청와대에서는 국정원 존안 및 신원조회 자료, 경찰의 세평, 법무부의 범죄 수사 및 첩보 등이 도착하면 이를 비교 분석하는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음해성 정보나 과장된 내용을 걸러내기 위한 자리다. 따로 동시에 진행해서 수집한 모든 정보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한 절차다. 대통령실로 보고하는 통로가 법무부로만 제한되면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

▷법무부는 새 검증시스템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처럼 인사검증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FBI 국장은 임기가 10년으로 미국 내 어떤 기관장보다 독립된 지위를 보장받는다. 정치적인 이유로 언제든지 경질될 수 있는 법무장관과는 다르다. 출발 전부터 법무부 산하에 두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의 대상이 된 데다 구성원들 간에 미묘한 갈등 요인까지 안고 있는 인사검증단이 순항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FBI를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 갈 길이 멀어 보인다.
#1호 검증#검경 총수#인사검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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