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있는 상수관 및 배수관도 주기적으로 세척을 한다. 상수도관망시설 유지관리업무 세부기준에 의하면 각 지자체는 송수 및 배수관로에 대해 최초 매설 후 매 10년 이내 1회 이상 관 세척을 시행해야 한다. 세척 구간은 블록 또는 급수구역 단위로 구분하여 단계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연차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합리적으로 구역별 우선순위를 정해서 연차별로 시행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물처럼 연결돼 있는 상수도 관망을 10년에 걸쳐서 구역별로 돌아가면서 세척을 할 경우 과연 수돗물 불신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개선될 수 있겠는가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의 평균 74%는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51%에도 한참 밑도는 5% 수준에 머무는 실정이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 환경부와 지자체들은 실현 가능한 특단의 조치를 전향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상수도관 세척이 ‘일시에’ ‘전면적으로’ 이루어지는 방향이 돼야 한다. 그래야지만 관 내부의 이물질에 대한 불신이 해소될 수 있다.
문제는 해당 지자체들이 그에 따른 막대한 세척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다. 그래서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장기계속사업’이다. 일단 소블록 단위로 지자체 전역의 상수도관을 일시에 세척하되, 이물질 축적도가 상대적으로 현저히 낮은 송배수관(본관)에 대해서는 5∼10년 단위로 구분해서 단계적으로 세척이 이루어지도록 설계를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자체는 지역 주민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게 되며 세척비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더해 주민들은 상수도관 내부 이물질에 대한 불신을 줄이게 돼 수돗물 사용을 점차적으로 늘릴 것이고, 가계 경제에도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환경부와 지자체들은 국민권익 차원에서 수돗물 음용률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동아일보는 독자투고를 받고 있습니다. 각 분야 현안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이름, 소속,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 연락처와 함께 e메일(opinion@donga.com)이나 팩스(02-2020-1299)로 보내주십시오. 원고가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합니다.
이민세 먹는물대책소비자연대 대표·전 영남이공대 교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