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검사 출신의 요직 기용과 관련해 “대통령의 인재풀이 너무 좁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과거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변 출신이 대거 요직에 기용됐으니 이번 정부에서 검사 출신이 대거 요직에 기용돼도 된다는 식의 답변은 황당할 뿐이다.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비판이 야권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닌데도 전 정부의 행태를 갖다 대는가 싶어 안타깝다.
윤 대통령은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 ‘정부 법률대리인(government attorney)’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며 “그게 법치국가가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정부 법률대리인’은 검사 외에도 민사나 행정소송의 정부 대리인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이 그 말로 검사를 의미하려 했다면 미국 검사가 정·관계에 폭넓게 진출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맞지 않다. 미국에서 많은 정계 인사가 변호사(lawyer) 출신이긴 하지만 검사 출신은 아니다. 특히 관계에서는 검사 출신이 맡는 최고위 자리는 법무장관 정도다.
윤 대통령은 그제 금융감독원장에 이복현 전 부장검사를 임명했다. 금융감독원장에 검사 출신이 임명된 적이 없다. 금융감독은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사전(事前)적 예방이 중심으로 사후(事後)적 처벌이 본업인 검찰과는 일이 다르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부장검사가 회계사 자격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회계사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궁색하다. 검찰에서 주로 경제비리를 다뤘다는 이유로 임명한 것은 금융감독의 전문성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준다.
윤 대통령은 앞서 한동훈 법무장관, 이노공 법무차관,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이완규 법제처장, 박성근 국무총리실 비서실장 등 검사 출신 7명을 장차관급에 임명했다. 대통령실 조직에서 민정비서실을 없앴다는 자랑이 무색하게 검사 출신 4명과 검찰 수사관 출신 2명을 비서관급에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에도 자신과 같이 일한 일부 특수부 검사만을 중용하는 인사로 검찰 내에서조차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의 편중 인사가 검찰을 넘어 국정 전반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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