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3대 요소는 재능과 운, 가족의 희생이 아닐까. 20세기 가장 뛰어난 독일 화가 중 한 사람인 막스 베크만도 이 세 가지를 다 가지고 있었다. 뛰어난 재능과 운으로 일찍 성공했고, 위기가 닥쳤을 때 곁에서 희생해준 아내 덕에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그림은 베크만이 57세에 그린 이중 자화상이다. 그림 속 여성은 그의 두 번째 아내 마틸데 폰 카울바흐다. 마틸데 역시 촉망받는 음악가였지만 21세 때 스무 살 연상의 베크만과 결혼하면서 자신의 모든 꿈을 접고 내조의 길을 택했다. 이 그림을 그릴 무렵 두 사람은 네덜란드에서 망명 생활 4년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독일 시절 베크만은 전쟁의 불안과 공포를 반영한 인물화나 사회비판적인 그림으로 주목받으며 이른 나이에 명문 미술대학 슈테델슐레의 교수가 됐고, 주요 미술상을 휩쓸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잡자 ‘퇴폐미술가’로 낙인찍혀 교수 자리에서 쫓겨났다. 1937년 독일 전역의 미술관에 있던 그의 그림 500여 점이 몰수당하자 아내와 함께 독일을 떠나야 했다.
그림 속 부부는 지금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 견디고 있다. 가난한 망명자 신분이지만 최대한 잘 차려입고 외출 중이다. 두 사람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만 나란히 서 있지는 않다. 화가는 자신을 아내보다 앞서 걷는 모습으로 훨씬 크게 그렸다. 짙은 갈색 양복은 노란색 밝은 배경과 대비돼 그의 존재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어두운 배경 속에 그려진 아내는 오른손에 꽃다발을 쥐고 왼손은 남편의 어깨에 올렸다. 기쁜 날도 슬픈 날도 늘 함께한다는 의미 같다.
베크만은 1947년 미국에서 다시 재기하기까지 무려 10년 동안 불안한 망명 생활을 했다. 그 와중에 독일군은 60세에 심장병까지 앓는 그를 전쟁에 강제 징집하려고 시도했다. 얼마나 불안하고 고통스러웠을까. 가장 힘들고 어두운 시기에 곁에서 희생한 아내가 없었다면 결코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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