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수용]시범 개방되는 용산공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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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남쪽에 조성되는 용산공원은 미국 백악관 남쪽 경계 밖에 있는 ‘내셔널몰’ 잔디밭을 염두에 둔 것이다. 내셔널몰에서 시민들은 대통령이 있는 백악관을 바라볼 수 있다.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이 뜨고 내리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용산공원에서 시민들이 대통령실과 대통령을 보는 것만으로도 국민과의 거리를 줄일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이 보이는 ‘10군단로’에 휴식공간을 만들고 푸드트럭도 배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10일부터 열흘간 서울 용산공원 부지 일부가 시범 개방된다. 공원 부지를 따라가다 보면 1950년대식 미군 장군 숙소, 미국식 스포츠필드, 일제강점기의 석축 담벼락 등이 이어진다. 관람객들은 미국이나 일본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곳은 1904년부터 일본이 병영기지로 쓰다가 1945년 일제 패망 이후 미군이 군사기지로 활용하며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다. ‘금단의 땅’이 118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용산공원 개방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이 지역 오염에 따른 불안감도 크다. 지난해 환경부 조사에서는 용산 미군 숙소 부지에서 기름 오염 물질인 TPH가 기준치의 29배 넘게 검출됐다. 다른 부지에서는 중금속인 구리와 납, 발암 물질인 다이옥신 검출량이 기준치를 넘었다. 미군 주둔 기간 수많은 기름 유출 사고 등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토부는 관람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했고 흙으로 땅 표면을 덮어 비산먼지가 날리지 않게 한 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오염된 흙은 덮을 게 아니라 걷어내는 게 정상이다. 그렇다 보니 시범 개방을 위해 임시방편까지 동원하는 정부의 태도가 미덥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먼저 반환된 미군기지 인근 유엔군사령부 부지 정화를 위해 LH는 100억 원을 들였다. 미군기지는 유엔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다.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가 개방 시기를 앞당기는 데 집착할 경우 미국과의 정화 비용 협상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한미 양국이 용산기지 이전협정에 합의한 것은 2004년이었지만 실제 반환은 계속 미뤄져 왔다. 현재 돌려받은 부지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용산 미군기지 개발은 단지 공원 하나 만드는 개발사업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 국내 정치권, 환경단체,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이 민감하게 걸린 국가적 과제다. 어떤 사안보다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오늘 시범 개방되는 용산공원 내에는 여론을 듣는 ‘경청 우체통’이 마련된다고 한다. 공원 밖의 여론도 심도 있게 들어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 남쪽#용산공원#시범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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