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후 발길 끊은 임을 향한 원망의 노래. 다시 온단 약속이 빈말임이 증명되었지만 애써 부정하고 싶을 만큼 가슴앓이가 이어진다. 그(녀)가 상대를 가슴에 품고 놓치지 못하는 사이, 새벽종이 울리고 있다. 꿈속에서 잠시 만난 듯도 한데 어느새 멀어져 간 시간들이 고통스럽기만 하다. 미몽(迷夢) 속에서 반짝 떠올린 해결책은 편지. 한데 왜 먹물을 제대로 갈지도 않고 써 내려갔을까. 애틋한 그리움에 평정심을 잃은 탓일까. 아니면 편지를 전해줄 누군가가 다급하게 채근이라도 했을까. 방 안의 적막을 한결 도드라지게 하는 건 ‘비췻빛 휘장과 연꽃 수 이불’. 지난날 함께했던 이 사랑의 징표 때문에 임과의 거리는 더한층 아득하고 막막하다. 헤어진 선녀를 찾으려던 선비 유신은 선녀가 머무는 봉래산이 멀다고 한탄했다는데, 그보다 만 배나 더 아득한 우리 사이는 어쩌란 말인가.
이상은 시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와 메타포가 깔린 작품이다. 꿈속과 생시를 넘나들고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현실과 전설 속 인물이 교차하고 급기야 시적 화자의 성별마저 모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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