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취임 1년을 맞았다. 꼭 1년 전 제1야당이던 국민의힘은 ‘30대 0선’ 대표를 선택했다. 30대 청년이 의정 경력이 화려한 중진 정치인들을 제치고 100석이 넘는 정당의 대표가 된 것 자체가 한국 정치사의 일대 사건이었다. 이런 변화의 동력이 발판이 돼 국민의힘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했다. 그의 신분도 ‘여당 대표’로 바뀌었다.
이 대표를 둘러싼 당내 평가는 엇갈린다. 국민의힘 지지를 2030 남성으로 확장해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당원도 80여만 명으로 늘렸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수시로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서는가 하면 상대가 누가 됐든 단 한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에도 5선 중진 의원과 “개소리” “싸가지” 운운하며 공개 설전을 벌였다.
30대 0선 대표의 출현은 특정 정당의 선거에 어느 정도 기여했느냐, 당내 역학구도가 어떻게 달라졌느냐의 차원을 넘어선다. 특권 계파 진영 등으로 상징되는 낡은 정치, 구태 정치를 깨고 새로운 정치를 열라는 민의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선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인 30대 0선 대표의 1년에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이 대표도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치를 했다”며 “이제 제대로 자기 정치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이제 그는 몇 가지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이대남 지지에 갇힌 정치인이 아니라 젠더 이슈를 해소할 정치인으로 성장할 것인지, 국민의힘의 체질을 개선하고 여당발 정치개혁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새 정부의 집권 1년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것인지 등이다. 이대남의 댓글 여론에만 신경을 쓰거나 당내 권력투쟁에만 매몰된 듯한 언행을 지속할 경우 기대는 점점 식어갈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제가 이루고 싶은 세상, 제가 옳다고 생각했던 세상,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들 그리고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당을 만들기 위해 제 의견을 더 많이 투영시키겠다”고 했다. 선거 없는 기간, 어떤 정치 철학과 비전을 갖고 보수 혁신을 이뤄나갈지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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