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찬국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헤드프로(73)는 제자만도 6000명에 이르는 골프 교습가로 유명하다.
70대 중반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는 얼마 전 아찔한 경험을 했다. 서울에서 차를 몰고 375km 거리인 경남의 한 골프장 행사에 참석했을 때 일이다. “동승자와 번갈아 밤새 6시간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내 말투가 이상해진 것 같더라고요. 졸려서 그런 줄 알았죠.”
골프라운드 도중에도 목소리가 어눌해진 느낌은 여전했다. 치과치료(임플란트) 영향인가 싶어 주치의에게 전화를 했더니 뇌졸중의 전조증상 같으니 병원부터 가보라고 했다. 구급차 타고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거쳐 다른 종합병원으로 이송된 뒤 뇌경색 치료를 받았다. 1주일 입원 후 언어장애까지 회복한 그는 “신속한 조치가 이뤄져 다행이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을 통칭한다. 조기 치료 여부가 사망률과 후유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신희섭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졸중은 ‘스피드 싸움’이다. 큰 뇌동맥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의 경우 증상 발생 후 4시간 반 이내에 혈전용해제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것이 치료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양 프로는 건강만큼은 늘 자신 있었다. “직업이 골프라 정기적으로 라운드, 레슨을 해서 감기 한 번 걸려본 일 없었어요. 걷기와 근력은 동년배보다 앞선다고 확신했죠. 드라이버도 240m는 쳤어요.”
하지만 이번 일을 겪은 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난 튼튼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자유로운 식습관 탓에 시한폭탄을 안고 살았던 모양이에요. 혈압과 혈당도 높고 고지혈증까지 있다더군요.”
퇴원 후 그는 의사 권유에 따라 맵고 짠 음식을 멀리하며 식사량도 70%로 줄였다. “회덮밥 먹을 때 밥 반 공기에 초고추장도 잘 안 뿌립니다. 빵 떡 라면도 안 먹게 됐어요. 잘 자는 게 중요하다고 해 오후 10시면 불 꺼요.”
미국심장협회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평균연령 72세의 골프를 치는 집단의 사망률은 15.1%로, 치지 않는 집단의 사망률(24.6%)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신 교수는 “뇌졸중 예방에는 혈관의 탄력성을 길러주는 운동이 필수다. 혈압을 갑작스레 올리는 웨이트트레이닝, 숨을 오래 참는 수영보다는 가볍게 걷는 유산소 운동이 좋다”고 조언했다. 규칙적인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기른 양 프로는 최근 레슨을 재개하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무리해선 안 된다. 골프 스코어나 거리도 숫자일 뿐이니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건강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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