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성인의 약 30%는 급성 또는 만성적인 신체 통증을 겪는다. 연구에 따르면 신체적 문제뿐만 아니라 트라우마나 불안,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 요인이 실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이는 다치거나 앓는 데서 비롯된 통증과 비슷하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이런 현상을 개인적인 수준에서 분석해왔다. 개개인의 정신 상태나 감정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식이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박사후 연구원 루치아 마키아는 다르게 접근했다. 경제 상황이 통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국가적 수준에서 연구했다. 146개국에서 10년간 수집한 130만 명의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경제 상황이 나빠질수록 사람들이 신체적 통증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실업률이 3% 상승할 때 신체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의 수가 1% 상승했다.
흥미로운 것은 개인의 고용 상태는 국가의 실업률만큼 신체적 고통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용 상태와는 무관하게 불황기일수록 더 크게 통증을 느꼈다.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경기 침체를 겪으면 재정 및 고용 불안정성, 불확실성, 삶에 대한 통제감 상실을 경험해 정신적으로 더 괴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신체적 고통으로 이어진다. 심리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이 유사한 신경 연결 통로를 활성화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즉 부정적인 감정이 부정적인 신체 반응을 이끌어내는 식이다.
이런 현상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경기 침체기에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크게 통증을 경험했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가계와 관련한 결정권이 여성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유력한 원인이다. 돈 관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클수록 신체적 고통을 더 크게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기 침체기에 여성에 대한 직장에서의 압력이 높아질 수 있고, 반면 이들이 행사하는 권한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통증 수준이 높아지는 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변화로 신체적 통증이 커지는 현상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먼저 경제 상황이 어려운 시기일수록 통제감 회복이 중요하다. 상황에 대한 통제감을 회복하도록 하면 신체적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는 경기 침체기 동안 기업이 직원의 재정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예컨대 해고 금지 서약을 통해 직장과 경력에 대한 직원들의 자율성에 힘을 실어주거나 예기치 않은 지출을 관리할 수 있도록 긴급 융자 프로그램을 제공해 줄 수 있다. 기업이 회사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겪고 있는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계획을 명확하게 소통하는 것도 좋다. 직원들이 느끼는 안정성과 통제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연구에 따르면 불확실한 일정은 시급 노동자들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된 요인이다. 몇 시간을 일할 수 있을지 모르는 데서 오는 금전적 불확실성이 크고, 매일 일정을 세우고 시간을 관리하는 것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급 근로자들이 자신의 일정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거나 근무 일정을 가능한 미리 공지하면 정신적, 신체적 어려움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사람에게 통증을 유발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만병통치약 같은 건 없다. 각각의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중에서도 경제적 상황이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신체적 통증은 통증에만 그치지 않고 결근율 상승, 병가 일수 증가, 이직 주기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개개인의 재정 상황 악화는 물론 기업의 노동력 및 경쟁력 상실로 연결된다.
신체적 질병을 치료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통증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심리적 요인의 해결이다. 비즈니스 리더와 정책 입안자, 과학자 등이 모여 신체적 통증의 근본 원인을 짚고 개인과 조직, 그리고 사회의 안녕을 높이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경기 침체는 신체적 건강에 영향을 준다’를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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