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약속 못 지켜서 죄송한데, 수도권 서부지역 교통난 해소에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7일 오전 9시 47분, 예정보다 47분 늦게 모습을 드러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의원회관 818호 앞에서 기다리던 50여 명의 취재진에게 꺼낸 말이다. 이 의원 측은 당초 ‘오전 9시 도착’으로 공지했다가 “교통량이 많아져서 9시 반 정도에 올 것 같다”고 정정했다. 결국 이마저도 못 지키고 지각 등원한 뒤 교통난을 언급한 것.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래도 출근 첫날 지각 사유로 꺼내 들기에 교통체증은 좀 진부했다. 매일 부지런히 시간 맞춰 출근하는 평범한 수도권 서부지역민들이 들으면 억울할 것이다. 물론 연고도 없는 인천에서 갑자기 출마하느라 출근길 정보가 부족했을 수는 있겠다.
8월 전당대회 출마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엔 “아직 제가 국회 0.5선, 초선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해야 될 일이 상당히 많다. 전당대회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했다. 보궐선거로 당선된 것을 ‘0.5선’이라고 표현하며 스스로 몸을 낮춘 것. 그런데 그 이후로 그가 보여준 국회에서의 첫 일주일은 전혀 0.5선답지 않았다. 선거 이후 ‘패배 책임론’에 내내 침묵했던 그는 자신의 등원 첫날 열린 의원총회에 불참했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의총 불참 시엔 원내행정실에 불가피한 사유를 미리 제출해야 한다”며 “초선들은 원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꼭 참석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와 함께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한규 의원(제주을)도 이날 의총에서 공식 인사했다. 이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은 “의총장에서도 공방이 이어질 것을 감안해 자리를 피해 준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당의 내홍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수도 없다.
이 의원은 의총이 열리던 시각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의 ‘발달·중증 장애인 참사 분향소’를 찾았다. 이 의원 측은 “첫 외부 일정을 어디로 할지 고민하다가 오후에 결정해 찾아간 곳”이라고 했다. 민생 행보는 좋지만 솔직히 좀 뜬금없다. 굳이 대통령실이 이전한 용산을 찾아갔냐는 의구심만 낳았다. 그러더니 이날 저녁엔 정성호 우원식 김남국 등 최측근 의원 10명과 모여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선물했다는 문배주를 나눠 마셨다. 만찬에 앞서 일정과 참석자 명단이 실수로 유출되자 부랴부랴 취소하는 듯하더니 끝내 다른 장소에서 만났다고 한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계파 갈등으로 이 난리인데 사전 유출까지 됐으면 사람들 눈을 의식해 안 만날 법도 한데 참 대단하다”며 “화합을 강조한다고 문 전 대통령 술을 나눠 마실 거면 차라리 친문 의원들도 초대하지 그랬냐”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더 이상 여의도 문법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 있는 ‘0선 정치인’이 아니다. 주변 만류에도 보궐선거에 나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으니 이제는 ‘0.5선’답게 처신할 때다. 더군다나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 내내 스스로 ‘일꾼’ 이미지를 강조했으니 적어도 월급 값은 하려면 남들보다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참고로 이달부터 이 의원이 받게 될 평균 월급은 1285만528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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