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용 “기술 기술 기술” 성장 아닌 생존 걱정하는 기업 현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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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유럽으로 떠났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7일 유럽으로 떠났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제 12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했다. 출장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모셔오고,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핵심 인력과 기술 리더십 확보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길임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올랐던 7일은 부친 고 이건희 회장이 29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을 한 날이기도 하다.

요즘 삼성전자의 기술 초격차는 위기를 맞고 있다. 10만 원을 꿈꾸던 주가는 5만 원대로 추락했다.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는 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가 급격히 좁혀지고 있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는 대만 TSMC에 큰 격차로 뒤처진다. 후발 주자인 미국 인텔까지 네덜란드 ASML과 초미세 공장에 필수적인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도입에 먼저 성공하며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외부 리스크도 그칠 날이 없어 러시아는 반도체 핵심 소재인 네온과 아르곤 등 희귀가스를 무기화하고 있다.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삼성은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정보기술(IT)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마저도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아 최근 몇 년간 대대적인 인수합병 투자에 나선 해외 경쟁 기업들에 비해 많이 늦었다. 사법 리스크와 매주 재판 일정으로 발이 묶였던 이 부회장은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기업들이 기술 리더십 확보에 노심초사하고 있지만, 그동안 국내 정치권은 한가하다 못해 거꾸로 달려왔다. 기업들이 아무리 기술 인력 부족과 규제 올가미를 호소해도,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고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 그 사이에 해외 경쟁국들은 인력 확보부터 세제 지원까지 정부가 앞장서 기업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제라도 신발 끈을 다시 매지 않으면 기술 초격차 시대에 순식간에 낙오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생존 걱정#기업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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