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처음부터 오직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중략) 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 쓰는 것 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폴 오스터, ‘빵 굽는 타자기’ 중
서른셋에 전업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읽은 이 책은 원제 ‘Hand to Mouth’에서 보듯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무명 작가의 데뷔기다. 지금은 반열에 오른 폴 오스터의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라이프를 읽으며, 나 역시 의지를 가다듬고 글쓰기의 비밀을 깨치기 위해 써내려갔다.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어떤 사람은 왜 가난하고 곤궁할 것이 뻔히 보이는 창작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가? 그것은 그가 자신의 시간을 돈 버는 데 사용하기보다 세상의 이면을 살펴 글로 쓰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는 고생해 이야기를 쓴 뒤 세상에 그것을 들려주고 싶어 하고, 사람들은 그를 작가라고 부른다.
전업 작가로 나서고 7년이 지나서야 나는 소설가로 데뷔할 수 있었다. ‘빵 굽는 타자기’의 ‘글쓰기 각오’가 긴 시간을 견디게 해주었다. 생활고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괜찮아. 나도 폴 오스터처럼 이 힘든 시기에 대해 쓸 이야기가 쌓이는 것뿐이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후 다시 8년이 흘러 쌓인 이야기를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라는 책으로 엮어냈다.
이 책은 나만의 ‘글쓰기 각오’에 대한 답이자 한국판 ‘빵 굽는 타자기’로 작가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으나, 잘 팔리진 않았다. 그래도 답안을 내서일까, 다음 책 ‘불편한 편의점’은 어깨에 힘을 빼고 쓸 수 있었다. 그리하여 작가는 글 쓰는 것 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받아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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