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작고, 연혁이 짧아도 유능한 실무형 인재를 키워내는 ‘강소(强小)공대’가 한국의 첨단 분야 인재난을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코넬텍(코넬공과대학원), 독일 아헨공대 등 강소공대들은 현장형 기술과 창업교육을 접목해 시장이 원하는 인재를 신속하게 키워내고 있다. 수도권 규제 등에 가로막혀 인재 양성의 병목 현상을 겪고 있는 한국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모델이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미국 뉴욕시는 버려진 땅이던 루스벨트섬을 혁신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만들기로 결정한 뒤 토지 무상 제공, 전폭적 행정 지원 등의 조건을 내걸어 2011년 신설 공대 코넬텍을 유치했다. 코넬텍에서 혁신기술과 비즈니스의 융합을 중시하는 교육을 받은 졸업생들은 지금까지 80여 개 벤처기업을 창업해 이 지역을 실리콘밸리에 필적할 혁신 산업의 중심지로 키워내고 있다.
독일의 매사추세츠공대(MIT)로 불리는 아헨공대는 모든 이공계 학부과정에 1학기 이상 현장실습을 포함시키고 있다. 연구개발(R&D), 생산의 현장을 직접 체험해 보라는 것이다.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테크니온공대는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을 산업화하는 지원조직을 따로 두고 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 65%를 이 학교 졸업생이 세웠거나, 운영하고 있고, 졸업생 4명 중 1명은 언젠가 한 번은 회사를 세운다.
이런 역동적인 교육이 가능한 건 선진국들이 대학에 폭넓은 자유를 허용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은 지원과 투자로 국한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들은 한국과 달리 정원, 교수·학생 비율, 시설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교육과정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
한국이 이런 강소공대를 키우려면 대학 정원 등의 규제를 푸는 동시에 재정 지원을 무기로 정부가 대학행정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재양성에 돈을 아끼지 않겠다는 기업,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학생, 실무교육을 강화하려는 대학이 아무리 많아도 한국에선 강소공대가 나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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