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여지없다’는 말… 인생의 방향키를 놓은 것과 같다[핫피플의 마음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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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공부, 일, 살림, 육아…. 살아가면서 여러 일들을 ‘억지로’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기쁨을 느끼기란 어렵다. 때려치우거나 포기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상황에 떠밀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을 땐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나도 선택권을 갖고 싶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란 엄밀히 말해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키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일을 하지 않는 대신 그 결과를 책임질 수도 있다. 이 점을 인정하면 삶을 더 주체적으로 대하게 된다. 이를 위해 어떤 상황에서든 ‘선택권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A의 경우를 보자. A는 자신 외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출산 후 일을 포기하고 육아에 올인했다. 소위 ‘독박육아’였다. 한데 시간이 갈수록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힘들고 억울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A에게는 정말 선택권이 없었을까?

냉정하게 따지면 육아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①A가 번 돈으로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②가족을 비롯한 누군가와 협상을 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두 방법 모두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래서 그는 ③자신이 육아를 전담하기로 했다. 아이를 위해 자신이 직접 육아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기에 내린 그의 선택이다.

힘든 상황에서 A처럼 ‘나에겐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억울함과 우울감을 부채질한다.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된다. 이럴 땐 선택의 주체가 나 자신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은 자신이 주도하는 일에 더 적극적이고 강한 인내심을 발휘한다. 그러니 하기 싫은 육아를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상황의 장단점을 저울질한 결과 ③을 선택했다고 생각하자. “내가 주체적으로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육아를 하기로 선택했다”는 점을 상기해 보자.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어떤 상황에서든 그것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는가는 나 자신의 선택”이라고 했다. 선택권이 없어 억울하게 느껴질 때는 “내가, 나의 판단에 의해, 힘들더라도 이 길을 가기로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하자. “그러니 책임도 내가 지겠다”고 선언해 보자. ‘내가 선택한다(I choose to)’는 마음을 갖게 되면 인생의 방향키를 쥐고 주도할 수 있다.

※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닥터지하고’를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와 명상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6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0만 5000명이다. 에세이 ‘마음이 흐르는 대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나영 교수의 ‘나는 선택한다, I Choose’(https://youtu.be/G1NCkEqG1Qo)

#선택의 여지#인생의 방향키#선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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