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목마를까[서광원의 자연과 삶]〈56〉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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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우리는 사막이라고 하면 딱 한 가지만 떠올린다. 그 무엇도 살 수 없는, 뜨거운 태양 아래의 황량한 모래벌판. 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생명체들의 적응력이란 참 놀라워서, 이런 곳에서도 그 나름대로 잘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있다. 살기 쉽진 않지만 바로 그렇기에 천적이 거의 없는 이런 사막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든 낙타처럼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문제 하나를 내보겠다. 동물원에 있는 낙타와 사막에 사는 낙타 중, 어느 쪽이 더 갈증을 많이 느낄까? ‘당연히’ 이글거리는 태양에 시달려야 하는 사막의 낙타가 아니겠는가 싶겠지만, 아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동물원 낙타들이 상대적으로 더 갈증을 느낀다. ‘당연한’ 이유가 있다.

낙타는 사막에 적응하기 위해 여느 생명체들과는 다른 생존 방식을 도입했다. 우리는 우리가 섭취한 지방을 온몸 골고루, 특히 배와 허리 부근에 저장하지만, 낙타는 우리와 달리 지방을 한곳에 모아 보관한다. ‘보관 창고’를 따로 둔 것이다. 낙타 하면 생각나는 등의 혹이 그곳이다.

이 ‘보관 창고’는 영양분뿐만 아니라 물까지 공급하는데, 지방 1g에서 0.8∼1.07g 정도의 물을 만들어 내니 ‘한∼참 동안’ 물을 마시지 않아도 너끈하게 사막을 누빌 수 있다. 여기서 ‘한∼참 동안’은 보통 한 달 하고도 절반인 45일쯤이나 되니 대단한 ‘창고’가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 혹은 버리고 싶기만 한 짐을 뜻하지만, 낙타의 혹은 오지를 탐험하는 사람들이 지고 가는 생존 배낭과 같다. 지방을 한곳에 모아 놓아 피부엔 지방이 없으니 더위도 크게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왜 동물원에 있는 낙타가 더 목말라할까? 혹에 있는 지방은 움직여야 분해되고 그래야 물도 생기는 까닭이다. 운동량이 적으면 물이 생겨나지 않으니 당연히 목이 마를 수밖에. 낙타들이 사막 적응력을 기를 때 끊임없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가지게 된 특징이다 보니 지금도 여전히 그러는 것이다.

움직이는 걸 삶의 기본으로 하는 건, 우리 인류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인류의 여정은 숲에서 나와 넓은 초원을 걷고 또 걸으면서 시작됐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많은 적응력 역시 이 과정에서 얻은 것인데, 이런 까닭에 우리 역시 계속 움직여야 건강해진다. 걸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엔도르핀까지 분비된다.

다양한 연구들이 말해주듯, 우리는 뇌가 커서 걷게 된 게 아니다. 반대로, 걸었던 덕분에 그 연쇄작용으로 뇌가 커졌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걸을수록 과거와 멀어지고 미래로 나아가는 느낌이 정신 작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한다. 우울증 환자들이 걷고 달리면 상당한 효과를 보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니 틈나는 대로 걸어보자. 걷는다는 건, 단순히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는 진취적인 움직임이니까.
#사막#태양#낙타#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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