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늘 출국한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나토가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4개국(AP4) 정상을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도 참석하며, 여러 정상들과 양자회담도 갖는다.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을 다자외교 데뷔로 시작하는 윤 대통령에게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세계 각국 정상들과 자연스럽게 접촉을 갖는다는 점만으로도 귀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세계 10위의 경제력에 걸맞은 외교적 역할 확대를 통해 ‘글로벌 중추국가’가 되겠다는 새 정부의 외교 기조와도 맞아떨어지는 데다 윤 대통령 취임 이래 대폭 강화한 한미 간 ‘가치 동맹’의 확장판 외교 무대가 될 것이다.
다만 기회에는 리스크가 따르는 법이다. 서방 군사동맹기구인 나토의 이번 회의는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 넉 달 넘게 지속되고 미중 간 패권 경쟁까지 한층 격화되는 시기에 열린다. 나토는 이번에 10년 단위로 갱신하는 ‘전략개념’의 새 버전 채택도 논의할 예정인데, 여기엔 러시아의 위협과 함께 중국의 도전에도 맞설 대응 구상이 담길 것이라고 한다. 중국은 벌써 “분열과 대항을 선동하는 어떤 언행에도 결연히 반대한다”고 한국의 참석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신냉전 대결 속에 서방 진영의 일원으로 참석하는 것인 만큼 정부로서도 그에 따른 외교적 반작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나토 회의 참석과 한국의 반중 반러 정책 선회 가능성은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가치연대’를 강조하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을 위한 안보 네트워크 구축, 나아가 반도체 원전 등 세일즈 외교를 부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국제사회가 가치와 이념에 따라 나뉘고 경제마저 분리되는 대변동의 시기에 줄타기 식 외교는 불가능하다. 다만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추종하는 것만으로 우리 국익을 온전히 보장받을 수는 없다. 중-러의 반발을 관리하는 후속 외교에도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나아가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 동맹의 회의지만 그 속에서도 각국은 냉정한 손익 계산 아래 국익을 위한 치열한 외교전을 벌인다. 윤 대통령이 그 현장을 제대로 보고 배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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