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24일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는 길은 매우 좁다”고 경고했다. IMF는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낮추고, 내년 성장률 전망도 1.7%로 0.6%포인트 내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함에 따라 최소 내년까지 미국의 경기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의 경기침체는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에 IMF는 1.5∼1.75%인 미국 기준금리를 빠른 시일 내에 3.5∼4% 수준까지 올릴 것을 조언했는데, 외국인의 증시 이탈과 환율 상승을 막으려면 한국은행은 더 빠르게 금리를 높여야 한다.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도 커질 것이다.
주목할 건 올해 고물가의 큰 파도를 넘어도 내년 이후 경기침체의 충격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제조업 경기를 선제적으로 반영해 ‘닥터 코퍼’로 불리는 구리 값이 최근 16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한국 대표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하반기에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 한국은 코스피 2,200 선이 위태로워지고, 집값도 하락하는 등 ‘공황 수준의 침체’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도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 대응이 단기 대책에만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공공요금 인상 억제, 유류세 인하 등은 서민생활 안정에 필요한 조치지만 결과적으로 전기 유류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실제 지난달 국내 휘발유·경유 소비량은 전달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자영업자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62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돈을 푸는 것도 물가에는 부정적이다.
중장기 경제 전망에 민감한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정부도 인플레 이후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우선 국내총생산(GDP) 대비 50%에 육박한 국가채무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공무원 급여 인상을 자제하는 등 정부 허리띠부터 졸라맬 필요가 있다. 당장 물가를 잡겠다고 정부, 정치권이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도 가격 왜곡에 따른 부작용을 중장기적으로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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