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관계자의 토로 같지만, 이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2020년 인사청문법 개정안을 내며 밝힌 법안 발의 취지다. 당시 홍 의원은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해 “인사권을 볼모로 한 여야 대립과 국회 파행의 원천이 되고 있고 공직 기피 현상이 확산되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초반 정국 상황과 딱 들어맞는 말이다.
2000년 도입된 국회 인사청문회는 국무위원 등 고위 공직자를 검증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국민 눈높이에서 고위 공직자 후보자를 검증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건 모두가 인정한다. 문제는 계속해서 과도한 신상 털기 논란 등이 불거지고, 검증에 대한 압박으로 장관직을 고사하는 인사들이 속출한다는 점이다.
이를 경험한 문재인 정부는 인사청문회를 손봐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고, 집권 여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홍 의원이 앞장섰다. 민주당 의원 45명도 개정안 공동 발의에 참여하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당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이 호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안이 잠들어 있는 사이, 공수는 바뀌었다. 대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초기 내각을 꾸리는 데 난항을 겪었고, 여전히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의 완전한 출범은 기약이 없다. 여권 관계자는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으로 손사래를 치는 인사들이 많다”고 했다. 이제야 인사청문회법 개정에 나서려고 해도 109석인 국민의힘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다. 그사이 야당이 된 민주당은 팔짱만 끼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이 지연되는 또 다른 이유는 국회 상임위원회 배분 문제 때문이다. 21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과 관련해 여야가 끝없는 대치를 이어가면서 상임위가 꾸려지지 않아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것.
상임위 배분은 2년마다 반복되는 문제다. 뚜렷한 원칙이 없는 탓에 여야는 2년마다 똑같은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그때마다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매번 반복되는 이 문제를 손놓고 있는 것 역시 여야의 직무유기다. 개별 상임위를 특정 정당 몫으로 지정하기 어렵다면 ‘운영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은 서로 다른 당이 맡는다’거나 ‘법사위는 야당의 몫’이라는 식의 최소한의 기준을 이제는 마련해야 한다. 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어느 쪽이 다수당이 될지, 다음 대선에서 누가 집권할지 모르기 때문에 2년마다 같은 다툼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처한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정당의 태도는 정치 문화의 개선을 더디게 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여당 신분일 때 절감했던 국정 운영의 어려움들을 야당이 되면 모른 척하는 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매한가지다. 정당의 무책임 속에 반복되는 논란들을 이제는 매듭지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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