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사실이 그제 밝혀졌다. 김 후보자는 20대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으로 보좌진에게 격려금을 지급하는가 하면 동료 의원에게 후원금을 냈다. 업무용 렌터카를 개인용으로 매입할 때도, 배우자의 차량 보험료를 낼 때도 정치자금을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를 선관위가 수사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후보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치 활동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하는 정치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 김 후보자는 정치자금 7000만 원가량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과거에도 정치자금법 의혹은 선관위의 판단이 중요한 기준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선관위가 그의 국회의원 재직 당시 ‘셀프 후원금 5000만 원’을 위법이라고 판단하자 사퇴한 뒤 검찰 수사를 받았다.
김 후보자는 정치자금뿐 아니라 다른 의혹까지 불거져 장관으로서 자질을 의심받고 있다. 식약처 차장 재직 때 2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분양 받고 별도의 관사에서 살다가 1억 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고 되팔아 ‘관사 재테크’를 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딸이 어머니로부터 사들인 아파트에 어머니가 전세로 거주해 불법 증여 의혹도 제기됐다. 의원 시절 연금개혁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김 후보자는 ‘아빠 찬스’ 의혹으로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지 사흘 만에 다른 여성 장관급 후보자 2명과 함께 지명됐다. 대통령실은 여성을 중용하겠다는 취지라고 했지만, 부실 검증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국회의 장기 파행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언제든 김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모자라는 김 후보자의 장관 임명은 가당치 않다. 더욱이 복지부에는 연금개혁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흠결 있는 장관이 맡기엔 벅찬 과제들이다. 김 후보자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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