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쓰이는 교육교부금의 일부를 대학에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만성적 대학 재정난을 덜고 초중등 교육과 고등 교육 간 재정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인데 대학에 떼어주는 교부금이 연간 3조 원대로 생색내기 수준이다. 교육교부금의 94%를 차지하는 내국세 연동분에는 손도 대지 않은 탓이다.
한국은 초중등 교육에 투자하는 예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데 비해 고등 교육에 대한 투자는 하위권이다. 올해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지원되는 예산은 추경 편성분에 지난해 잉여금까지 더하면 81조3000억 원이지만 고등 교육 예산은 12조2000억 원으로 교부금의 약 7분의 1밖에 안된다. 유치원과 초중고교생이 596만 명으로 320만 명인 대학생 수보다 많은 걸 감안해도 예산 불균형이 심각하다.
이 때문에 교육교부금을 대학 교육에도 활용해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떼어 조성하는 예산과 교육세로 구성된다.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교부금 65조1000억 원 중 내국세 연동분은 61조5000억 원이다. 학령인구는 급감하는 데 비해 내국세 연동분은 세수 증가에 따라 해마다 늘고 있어 일선 초중고교에서는 남아도는 예산을 흥청망청 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교부금 제도 개혁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기득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교육청 반발에 밀려 내국세 연동분은 건드리지도 못한 것이다.
고등 교육 재정은 국내총생산(GDP)의 0.7%로 OECD 회원국의 1.0∼1.1%에 못 미친다. 정부는 14년째 대학 등록금을 동결시켜 대학들이 재정난 해소를 위한 자구 노력도 못 하게 막아놓았다. 정부의 지원마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지식경제의 기초가 되는 대학 경쟁력은 뒷걸음칠 수밖에 없다. 교육 재정이 수요와 무관하게 지출되는 비효율을 막고 고사 직전의 대학을 살리려면 50년 묵은 시대착오적 교육교부금 제도 개혁을 피해 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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