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적폐 바로잡고 연금·노동개혁 이루려면
유일한 동력이 국민 과반수 지지인데
尹대통령, 거친 발언과 해이한 주변인 관리로 失點
조금이라도 오만해지면 지지 잃고 힘도 잃게 돼
윤석열 정권에 대한 좌파진영의 적개심은 극에 달한 수준이다.
반대, 비판의 수준을 넘는다. 하나에서 열까지 다 물고 늘어지며 극한의 혐오와 증오를 퍼붓는다. 아직은 언어적 차원이지만 머잖아 조직력이 총동원돼 정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물리적 공세에 나설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통합과 협치가 가능할까?
성인 유권자의 20~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윤석열 혐오층은 새 정권이 그 어떤 통합 노력을 해도 호응하거나 협조할 생각이 없을 것이다.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도 그랬는데 더 심해진 것이다. 총칼만 들지 않았을 뿐 거의 내전 수준의 이념적·정치적 적개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한 윤 정권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높은 난도의 소명을 어깨에 이고 있다. 경제회복, 안보강화 같은 일반적 목표만 잘하면 됐던 다른 보수 정권과는 다르다.
그 소명은 대한민국의 정상화, 즉 문재인 정권 5년의 비리·부정·왜곡을 바로잡아 정의를 회복하고, 문 정권이 방기해 악화시킨 노동 연금 교육 개혁을 이뤄내는 일이다. 한결같이 좌파 진영이 극렬 저항할 사안들이다.
윤 정권이 이 소임을 이뤄내기 위한 유일한 동력은 국민 과반수의 지지뿐이다. 레닌·스탈린이 휘둘렀던 공포정치·숙청 같은 물리력도, 문재인의 180석 같은 다수의석도 없는 윤 대통령에게 국민 지지는 소임을 이뤄낼 유일한 수단이다.
국민의 지지는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존경에서 나온다. 신뢰와 존경은 진중한 언행과 엄격한 자기 및 주변 관리, 겸손한 태도에서 싹튼다. 아무리 옳은 일이어도 말이 가볍고 남 탓을 하면 존경과 신뢰를 받기 어렵다.
사실 지난 두 달간 시빗거리가 된 윤 대통령의 언행 가운데는 타깃이 윤석열이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시비를 삼을 사안이 아니었던 게 상당수였다.
공약대로 대통령의 특권·기득권을 없애는 차원에서 기존의 기구·제도를 폐지하는 바람에 과도기적 공백 상태가 빚어져 시행착오, 서투른 대응들이 발생했는데 이를 마치 본질적·심각한 병폐인 것처럼 물고 늘어진 경우가 많았다.
한 예로 “대통령 처음 해봐서…” 발언은 제2부속실을 없애고 새로운 보좌시스템을 모색하는 공백상태에서 어떤 게 모범답안인지 잘 모르겠다는 심정을 담은 서투른 유머로 간주해도 될 텐데, 이를 무책임의 극치로 몰아붙이는 게 우리 정치·언론환경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결코 간과하거나 너그럽게 넘겨서는 안 되는 문제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쏟아낸 말들 일부에서 묻어나는 오만함의 징후다.
지도자가 정말 국민을 섬겨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어려워한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 답변을 준비할 것이다. 마음에 없는 입에 발린 말을 연습하라는 게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국민 공감대를 넓히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같은 콘텐츠라도 보다 더 겸허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전 정권 장관 중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하는 대신 “능력 우선으로 찾았는데 우리 사회 사람 찾기 어렵더라. 어느 부분에 더 가치를 두고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많이 부족할 수 있다. 국민들이 한번 기회를 주시면 자기 부족한 점을 의식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면 반응이 지금 같았을까.
“지지율에 신경 안 쓴다”는 발언도 당장은 욕을 먹어도 나라에 꼭 필요한 개혁을 할 때 고뇌와 충심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해야 하는 발언인데, 엉뚱한 데서 해버리니 ‘이제 당분간 선거도 없으니 누가 뭐라든 신경 쓰지 않겠다’는 오만함으로 비친다. 말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그 바탕에 깔린 오만한 마음이 국민을 실망시키는 것이다.
지난 두 달간 윤 정부는 옳은 방향으로 나라의 궤도를 틀어 왔다. 한미 동맹·원전 복구, 규제 완화, 공기업 개혁…. 그런데도 국정의 본질이나 방향과는 무관한 몇 마디 말과 주변인들의 처신 때문에 많은 지지층을 잃었다.
문재인 정권은 국민 다수의 상식과 여론을 무시하고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보수 정권은 다르다. 문재인 정권이 아무리 국정을 망가뜨려도 변함없이 뭉쳐 있던 좌파 지지층 40%와 달리 보수 지지율은 금방 녹아 사라진다. 진보 중도 보수를 40 대 20 대 40으로 가정할 때, 왼쪽 40%는 콘크리트인 반면 오른쪽 40% 중 절반가량은 아이스크림처럼 사라질 수 있다. 대다수 보수는 조직도, 맹목적 지지도 없기 때문이다.
어제 한 독자가 좌파 진영에 공격 빌미를 계속 제공하는 윤 대통령과 주변인들이 너무 답답하고 불안하다며 필자에게 보내온 문구를 소개한다.
“우리가 타인을 평가하는 수단은 그 사람의 언어와 행동이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지도자가 국민 앞에서 진심으로 겸손하면 언행에 그게 묻어난다. 국민은 그 향기에 감동하고 모여들고 존경을 보내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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