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당 윤리위원회는 어제 새벽까지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심의한 뒤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이 대표는 “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했다. 집권당 대표가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받은 것도, 불복으로 맞서는 것도 초유의 일이다.
이 대표는 윤리위에 출석해 성 상납을 받은 사실도, 증거인멸을 교사한 적도 없다는 취지로 소명했다. 윤리위 판단은 달랐다. 성 상납 의혹 자체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지만 김철근 정무실장이 의혹 증언자에게 7억 원 투자유치 약정 각서를 써준 걸 몰랐다는 소명을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은 “물증 없이 심증만으로 징계” “쿠데타”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030 지지층 입당 독려에도 나섰다. 대표직을 유지한 채 세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반면 친윤(친윤석열)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대표 권한이 중지된다”며 직무대행 체제로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제2의 ‘옥새 파동’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집권 여당의 분란은 사실 예고된 것이었다. 성 상납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지난해 12월이다. 대선 승리 후 당의 주도권을 놓고 이 대표 측과 친윤 간에 불신의 골이 깊어지던 와중에 증거인멸 교사 의혹이 추가로 터졌다. 이 대표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기획”이라며 여론전에 나섰고, 반대쪽에선 “후안무치”라면서 이 대표를 압박하며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그 저변에 2년 뒤 총선 공천권까지 맞물린 당권 투쟁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이 대표는 징계의 적절성을 떠나 작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초래한 당사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불복 운운에 앞서 스스로 갈등의 진원지가 된 건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벌써부터 조기 전당대회 등 ‘포스트 이준석’ 시나리오가 나온다. 지금은 차기 당권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파국 직전의 혼란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당의 중지를 모을 때다.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의 공포가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다. 기업도 민생경제도 휘청대고 있다. 민주노총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못지않은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지는데도 집권 여당은 연일 집안싸움만 벌이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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