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결정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가 승복하지 않고 재심이나 가처분신청 등 전면전에 나서면 어떻게 되는 건지, 당장 누가 당을 이끌게 되는 건지, 언제까지 이런 혼돈 상태가 지속될지 모두 불확실하다.
이 대표는 그제 페이스북에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등의 내용이 담긴 한 애니메이션 OST 번안곡을 공유했지만 주말 언론 인터뷰는 피하며 장기전 모드에 돌입한 걸로 보인다. 이 대표는 선당후사의 태도를 취해야 한다.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이 어떻게 이슈화됐는지를 떠나 당을 혼란에 빠뜨리게 한 빌미를 제공한 것만으로도 책임이 작지 않다. 성 상납 의혹에 대해 억울한 점이 있다면 경찰 수사 등을 통해 진실을 가리면 된다.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기획”이 있었는지도 드러나게 돼 있다. 당 대표가 “반란” “쿠데타” 운운하며 공식기구의 결정을 거스를 경우 당의 질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윤핵관들도 자중해야 한다. 마음에 안 드는 젊은 대표와의 내전(內戰)에서 승리라도 한 것처럼 득의양양했다간 역풍을 맞는 건 순식간이다. 그런 점에서 대표적인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징계 결정 다음 날 대규모 지지 모임을 가진 것은 부적절했다. 버스 23대로 1100명이 넘는 사람들과 야유회를 다녀왔다고 한다. 당이 큰 혼란에 빠진 데다 코로나 재유행 경고등까지 켜진 상황에서 지지자들과 어깨동무를 하거나 얼싸안고 사진을 찍는 등 세 과시 행사를 했다니 어이가 없다. 얼마 전 친윤 의원 중심의 ‘민들레’ 모임 발족을 주도했다가 비판을 받고 불참을 선언한 적도 있다. 결국 ‘포스트 이준석’을 노린 젯밥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는 등 출범 두 달 만에 국정 동력에 빨간불이 켜진 위기 상황이다. 이번 주가 집권 여당이 더 극심한 혼돈 상태에 빠져들지, 그나마 수습의 길에 들어설지 고비다. 경제 위기엔 관심도 없고 세 대결만 벌였다간 당을 수렁에 빠뜨리고 국정에 큰 부담을 지우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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