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업에 멈춰 선 대우조선, ‘반짝 호황’ 놓치면 모두가 피해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2일 00시 00분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1독에서 건조 중인 원유 운반선에 철제 구조물(왼쪽 사진)을
 설치하는 등 불법 파업을 40일째 이어가고 있다. 1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협의회의 
‘불법파업 해결 촉구 집회’에선 ㈜삼주 진민용 대표가 삭발식을 감행하며 폐업을 선언했다. 뉴스1·대우조선해양 제공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1독에서 건조 중인 원유 운반선에 철제 구조물(왼쪽 사진)을 설치하는 등 불법 파업을 40일째 이어가고 있다. 1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협의회의 ‘불법파업 해결 촉구 집회’에선 ㈜삼주 진민용 대표가 삭발식을 감행하며 폐업을 선언했다. 뉴스1·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의 22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지난달 2일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에서 시작한 파업이 40일째 이어지고 있다. 파업 참가자들이 독을 점거함에 따라 완성된 배를 띄우는 진수작업이 사상 처음 중단되는 등 관련 피해 규모가 2800억 원을 넘어섰다. 어제 대우조선과 협력사 임직원들은 파업 중단 촉구 집회를 잇달아 열고 하청업체 직원의 불법 혐의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조선업의 노사 갈등이 노노(勞勞)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파업 중인 100여 명의 노동자는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 자체가 상식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기도 하지만 회사마다 근무 환경이 다른 만큼 협력업체를 한꺼번에 묶어 집단적으로 교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협력사 직원들은 원청업체 소속이 아닌 만큼 대우조선이 하청업체의 임금 문제에 개입할 여지도 없다.

올 상반기 한국 조선사들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45%를 수주하면서 11년 만에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부터 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면서 글로벌 경기 부진에 시달리던 조선업이 예상하지 못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작 배를 만들 기술직과 기능직이 부족해 주문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력난에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선박 건조에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파업 사태까지 겹쳐 조선업이 모처럼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2015년 이후에만 7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돼 가까스로 살아난 회사다. 현재 조선업에 불고 있는 훈풍은 업계의 자구 노력 덕분이라기보다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경기 사이클에 따른 것이다. 싼 인건비를 무기로 한 중국 조선업계가 한국을 바짝 추격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호경기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조선업계로선 지금의 호황을 활용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소모적인 노사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천문학적인 혈세를 들인 국민을 또 한번 배신하고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파업#반짝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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