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직무대행’ 체제를 띄웠지만 여전히 어수선하다. 이번엔 당 윤리위원회가 아니라 혁신위원회가 논란의 중심에 설 수도 있다. 혁신위 자체가 지방선거 후 이 대표 주도로 만든 사실상 ‘공천 혁신’ 기구다. 이번 징계로 혁신위도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가 애초 혁신위를 ‘정치화’한 측면은 있다. 그는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공천”이라며 공천 시스템을 손보겠다는 뜻을 대놓고 밝혔다. 당장 차기 당 대표 권한인 공천 문제를 현 대표가 건드리려는 의도가 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의 사조직 수준” 등의 반발도 있었다.
그럼에도 혁신위 명분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했지만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올라탄 측면이 크다. 당이 잘해서 이겼다고 볼 사람은 없다. 당의 노선과 정책, 인적 구성 등을 개선하고 쇄신해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 앞에 다가서야만 한다. 2024년 총선까지 2년은 국민의힘이 말 그대로 ‘혁신’에 매진할 수 있는 기간이다.
당원권 정지는 ‘궐위’가 아닌 ‘사고’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따라 당 대표 직무대행을 겸하게 된 권성동 원내대표는 어제 혁신위 회의에 직접 참석해 “당내 상황에 위축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혁신위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혁신위는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공식 기구다. 혁신위를 무력화시키면 결국 공천권을 위해 이 대표를 내친 것이라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혁신위에는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 ‘유스(youth) 당 조직 도입’ 등 다양한 의제가 토론 대상에 올라와 있다. 환골탈태 차원에서 심도 있는 논쟁이 필요한 이슈들이다. 이른바 윤핵관 등 실세 그룹이 당을 좌지우지하고, 소속 의원들은 공천을 의식해 실세들 눈치만 보는 정당으론 미래가 없다. 이 대표 측도 신(新)실세 측도 아닌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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