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중 무역 ‘30년 흑자’ 균열 조짐, 시장 다변화에 사활 걸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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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7일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의 황화항. 신화 뉴시스
2021년 7월 7일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의 황화항. 신화 뉴시스
이달 1∼10일 대중(對中) 수출입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적자 규모가 8억 달러를 넘었다고 관세청이 11일 밝혔다. 올 5월과 6월 대중 무역에서 각각 11억 달러와 12억 달러의 적자를 낸 데 이어 3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대중 무역에서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29년 동안 흑자 행진을 하던 한국이 올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30년 흑자 기조에 균열이 가고 있다.

지금의 대중 무역적자는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 중국은 한국에서 중간재를 들여와 완제품을 만들어 제3국에 수출하는 수직적 분업과 노동집약적 산업 구조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기술력 향상으로 자체적으로 부품 조달과 완제품 생산이 가능한 첨단 제조업 중심 국가로 바뀌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와 휴대전화 부품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이 중국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감하며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반면 중국산 2차전지와 석유화학제품, 섬유류의 국내 수입 규모는 크게 늘고 있다.

한국 수출의 버팀목인 대중 무역에서 적자가 이어지면 전체 무역수지 적자가 고착화되고 가뜩이나 부진한 성장률이 더 곤두박질치게 된다.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적자는 159억 달러로 이미 역대 최대치에 이르렀다. 대일 무역적자가 만성화한 상태에서 미국 역시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자국 내에서 다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다른 지역에서 적자가 나도 대중 흑자로 만회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이익을 남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더욱이 현재 국내 제조업체들은 핵심 소재와 생활용품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수출이 부진한 데다 대중 수입 의존도까지 높은 상황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출구가 안 보이는 터널에 갇혔다.

지금은 중국의 산업 구조가 급변할 뿐 아니라 신냉전으로 세계가 서방과 비서방으로 쪼개지면서 무역의 지형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물류난으로 주요 원자재와 부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하는 공급 충격도 일상화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교역 방식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렵다. 한국은 소재 부품 장비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과 기술 격차를 늘리는 동시에 새로운 무역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일부 품목과 특정 국가에 쏠려 있는 무역 구조를 바꾸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대중 무역#적자#균열 조짐#시장 다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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