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말 미국 포틀랜드 시내에서 교통국 직원 에릭 잉글랜드는 우버 차량을 부르려고 여러 차례 호출 버튼을 눌렀지만 결국 실패했다. 사실 그는 당국의 허가 없이 영업을 시작한 우버를 단속하기 위해 함정수사를 벌이던 중이었다. 그가 허탕을 친 이유는 나중에야 밝혀졌다. 우버 운영진은 미리 교통국 직원이나 경찰 등의 신원을 파악해 놨다가 이들이 호출하면 운행 가능 차량이 없는 것처럼 가짜 화면을 보여주는 그레이볼(greyball)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했던 것이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우리는 점점 해적이 돼 가고 있어.” “맞아. 법을 어기고 있는 중이지.”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2013∼2017년 주고받은 이메일과 문자메시지에 등장하는 우버 임원들의 대화다. 영국 가디언이 입수한 이 자료들을 보면 우버는 각국 정부의 규제에 부딪힐 때 편법으로 피해 나가면서 성장했다. 수사를 피하려고 회사 컴퓨터들을 먹통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가 하면, “수사관들이 들이닥치면 일단 텅 빈 회의실로 안내하라”는 등 압수수색 대응 매뉴얼까지 만들었다.
▷정치권에 대한 로비도 빠질 수 없다. 캘러닉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 조지 오즈번 전 영국 재무장관 등과 접촉해 우버 진출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경제장관 재직 당시 “내각에서 (우버를 위해) 비밀 거래를 중개해 줬다”고 우버 측에 말하는 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야당에서 “국가적 스캔들”이라며 조사를 요구하고 있어 마크롱의 처지가 난감하게 됐다.
▷캘러닉에 대해 지인들은 “뭔가에 한번 꽂히면 무조건 얻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고 평가한다. 그렇다 보니 합법과 불법을 오가기 일쑤였다. 그는 1998년 대학을 중퇴하고 음악파일 공유 업체를 만들었다가 저작권 침해로 2500억 달러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이후 대용량 파일 전송 시스템 업체를 운영할 때에는 직원들이 내야 할 세금을 빼돌려 회사에 재투자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뒤를 돌아볼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한다.” 우버가 승승장구하던 2016년 3월 캘러닉은 인터뷰에서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뒤 그는 다른 회사의 기술을 훔쳐 제소됐다는 등의 이유로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쫓겨났다. 우버의 문제점을 파헤친 책 ‘슈퍼펌프드’는 “성공적인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규정이나 원칙을 어길 때조차 플라톤의 철인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고 썼다. 하지만 그것도 용인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그 선을 넘어서면 추락을 피할 수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