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유행, 거리두기 실익 적어… 고위험군 접종-병상확보 중요”[인사이드&인사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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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5 변이 대응 전략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올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대유행하던 시기, 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최대 62만 명을 기록했다. 이후 오미크론 대유행은 안정세로 접어들어 하루 1만 명 미만의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안정화됐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의 새로운 하위 변위인 ‘BA.5’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최근에는 일주일 단위로 평균 확진자 수가 2배가 되는 ‘더블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의 코로나19 유행 상황도 국내와 유사하다. 해외 유입 차단을 강력하게 실시했던 오미크론 대유행 시기에는 한국의 유행과 해외 국가의 유행이 4주 이상 시차를 보였다. 하지만 본격적인 일상 회복이 시행된 지금은 국내도 해외 국가들과 동시에 새로운 변이로 인한 유행이 진행되고 있다.》

○ ‘최악의 변이’로 불리는 BA.5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대유행이 잦아드는 시점부터 재유행을 경고해 왔다. 재유행은 면역 효과 감소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필연적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를 통해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 획득한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을 발달시킨다. 델타, 오미크론 변이 모두 자체적인 전파능력 상승과 더불어 면역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능력이 급격히 발현됐다.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한국 국민은 높은 백신 접종률과 감염으로 인한 면역 획득으로 전체 인구의 95% 이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면역 획득 수준이 높더라도 새로운 변이가 기존 면역을 강력하게 회피할 경우 재감염과 돌파감염의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진다.

특히 오미크론 BA.5는 일부 전문가가 ‘최악의 변이’라고 부를 정도로 전파능력의 상승과 면역 회피가 강하게 나타난다. 오미크론 BA.1과 비교해도 2배 이상의 상대적 전파능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감염 시 치명률과 중증화율은 오미크론 변이 대비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BA.5에 감염된 돌파감염자와 재감염자의 중증화율에 대해서는 소수의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있으나 대부분 국가의 결과에서 중증화율은 더욱 감소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 “8월 17일경 확진자 25만 명 나올 수도”

한국은 이제 본격적인 코로나19 재유행 국면에 돌입했다. 수리과학적인 예측 결과를 볼 때 이번 유행의 정점은 8월 중순이며, 최대 20만 명 수준의 일평균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가 제시하는 예측 결과는 일주일 평균 확진자 수치다. 유행의 정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8월 17일경에는 25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이 시기 재원 중환자는 800명 정도에 도달할 수 있다.

재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상반기(1∼6월) 오미크론 대유행의 경험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오미크론 대유행 시기 확진자의 규모는 당초 예상한 규모의 2배였으며 지속 기간도 길었다. 그러나 해외의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다음과 같은 준비를 바탕으로 피해 규모를 줄이며 안정적인 대응을 했다.

첫째, 국민의 희생과 노력으로 마스크 착용,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이 준수됐다. 이 덕분에 유행 초기 진행을 늦출 수 있었고 대응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둘째,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률이 매우 높았으며 경구용 치료제를 사용하여 중환자를 줄일 수 있었다. 셋째, 최대 60만 명의 확진자와 2000명에 가까운 중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 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 “재유행은 거리 두기 없이 대응해야”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는 향후 대응에 있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조치들의 시행 여부와 방향에도 중요한 영향을 준다.

재유행은 영업시간 제한, 사적모임 인원 제한 등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가급적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 여기에는 세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오미크론 변이부터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감소시키는 전파 속도보다 자체적 특성에 따라 발달한 전파력과 면역 회피 특성이 유행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전파 속도를 20∼30% 감소시킨다고 하더라도 변이로 인해 2, 3배 이상 전파력이 높아진다면 거리 두기의 효과는 감소한다. 또 심각한 경제적 손실에 비해 이른바 ‘가성비’가 높은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

둘째, 이미 우리는 오미크론 대유행의 상승 시기에서도 의료 대응 역량이 충분하다는 판단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했다. 즉, 최대 확진자 60만 명이 발생하는 대유행에서도 의료, 방역 대응에 대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위험군 백신 접종과 경구용 치료제로 치명률을 최대한 감소시킬 수 있었다. 하반기에도 200만 명분에 가까운 경구용 치료제와 1200병상 이상의 중환자 대응역량이 준비되어 있다.

○ “고위험군은 4차 접종 권유”

많은 국민이 과연 4차 접종이 필요할지 궁금해하고 있다. 4차 접종은 재유행의 시기와 개량 백신의 도입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진다. 이미 당면한 BA.5의 재유행을 고려할 때 고령층이거나 당뇨병 등의 기저질환이 있으면서 아직까지 감염이 되지 않은 고위험군에겐 4차 접종을 권유한다. 오미크론 BA.5의 중증화율은 델타 변이 등과 비교하면 감소해 있지만 그래도 다른 대부분의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보다 훨씬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미 감염된 고위험군도 최소한 2회 이상의 접종을 권유한다. 즉, 감염됐다고 하더라도 추가로 2회 접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 국민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성이 있다. 현재 BA.5에 대응할 수 있는 개량 백신이 개발, 보급될 예정이지만 이 시기는 아직 불투명하다. 만약 개량 백신이 빠르게 도입될 수 있다면 일반 국민도 추가 접종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백신을 추가 접종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지난 2년 반 동안의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과학적 근거의 시험대였다. 모든 방역 정책은 그 효과와 비용이 있다. 불확실성과 근거의 한계가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에 따른 영향을 평가하고 국민의 일상을 유지하면서 재유행에 차분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당국과 전문가들은 최선을 다해 재유행에 대비하고 있다. 충분한 중환자 병상 확보, 고위험군이 빠르게 진단받고 경구용 치료제를 투약받을 수 있는 환경,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 권고, 실내 마스크 착용과 확진자의 격리 등을 통해 가장 비싼 비용을 치르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등교 중지 등의 조치 없이 차분히 재유행에 대응해야 한다.

#ba.5 변이#코로나 재유행#고위험군 접종#병상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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