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개구리들에게도 뜨거운 계절이다. 더워서라기보다는 삶의 목표인 짝짓기를 성공시키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웅덩이나 논이 많은 곳에서 밤마다 벌어지는 녀석들의 ‘합창’은 사실 합창이 아니다. 수컷들이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벌이는 콘테스트, 그러니까 오디션인 까닭이다. 한 녀석이 시작하면 뒤질세라 다른 녀석들도 우르르 동참하다 보니 그렇게 들리지만 말이다.
그런데 가만, 개구리는 양서류 아닌가. 3억 년도 훨씬 전에 세상에 나타나 2억여 년 전 지금의 개구리들을 탄생시킨…. 그런데 어떻게 이 ‘원시적인’ 녀석들이 지금까지 살아 있을까. 천하의 공룡도 버티지 못한 이 험난한 세상에서 말이다. 더구나 한 주먹도 안 되는 작은 덩치로. 이유 없는 핑계는 없다지만, 생존은 더 그렇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살아 있다는 얘기다.
생물학에서 서식 영역은 대체로 생존력과 비례한다. 수많은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보면 이들의 생존력은 놀라울 정도다. 양서류(兩棲類)는 글자 그대로 물과 뭍 양쪽에서 산다는 뜻인데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온 최초의 척추동물이라 물에서 멀리 떠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올챙이 시절을 물에서 보내야 한다.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계는 이겨내라고 있는 것. 호주 사막에 진출한 개구리들은 비가 올 때 방광에 물을 가득 채운 후, 흙 속으로 최대 90cm까지 파고 들어가 건기를 견딘다. 이렇게 버티면 좋은 날이 올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목이 빠지게 기다렸는데도 비 한 방울 오지 않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걱정 없다. 최대 3년까지 버틸 수 있으니 말이다.
언젠가 영국 공영방송 BBC가 ‘생존력 톱10’을 뽑을 때 당당하게 1위에 올랐던 북미의 나무숲산개구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양서류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알래스카 툰드라 지역까지 진출했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액을 개발해서 말이다. 그 덕분에 신체의 65%가 냉동된 상태로 최대 4주를 버틴다. 지금도 ‘냉동인간’을 꿈만 꾸고 있는 우리보다 기술이 월등한 셈이다. 해동(解凍) 기술 역시 뛰어나 봄이 오면 24시간 내에 언제 그랬느냐는 듯 팔짝팔짝 뛰어다닌다.
이뿐인가. 양서류는 알을 낳고 떠나는 게 보통인데, 알과 새끼들을 등에 짊어지고 다니면서 보살피는 개구리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렇듯 한계를 넘어선 덕분에 ‘원시 출신’에도 불구하고 종의 수가 무려 6000여 종에 이른다.
생존의 원리는 언제 어디서나 같다. 지금까지 하지 않던 것, 다른 존재들이 하지 못했던 것을 내 능력으로 만들수록 생명력이 높아진다. 우리 사회의 높은 자리는 바로 이런 걸 앞장서서 하라는 곳인데, 익숙하다 못해 구태의연한 모습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 개구리들에게 배워야 할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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