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어제 대통령실에서 근무 중인 9급 행정직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강릉시 선거관리위원의 아들로 밝혀진 데 대해 “아버지가 선관위원이라 해서 아들이 특정 정당 정치인을 지지하지 말란 법은 없다”고 반박했다. 권 대행은 전날엔 “내가 추천했다. 장제원 의원에게 대통령실에 넣어주라고 압력을 가했다. 그래도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이더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내가 미안하더라”고도 했다.
권 대행의 해명은 가뜩이나 대통령실 인사를 두고 ‘사적 채용’ 논란이 끊이지 않는 터에 청년들의 공정과 상식에 대한 열망까지 배신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새 정부 출범 이래 대통령실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외가 6촌,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전 직원 등 대통령 부부와의 사적 인연을 통해 채용된 것으로 의심받는 인사들로 잡음이 계속됐다. 앞서 윤 대통령의 또 다른 강원도 지인 아들이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적도 있다.
특히 공정한 선거관리를 책임진 지역 선관위원의 아들을 대통령실에 밀어 넣고도 그 아버지와 연결짓지 말라는 해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이 직원은 지난해 대선 예비후보이던 윤 대통령에게 1000만 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나아가 “높은 자리도 아닌 행정요원 9급…”이라고 한 대목에선 과연 그것이 전임 정부 인사들의 ‘부모 찬스’를 비난하던 여당 수뇌부의 발언인지 의심케 한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십만 청년이 느낄 상실감과 모욕감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근무 자체가 대단한 이력이 되고 사소한 실수 하나로도 국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런 만큼 자리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더없이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각자가 합당한 능력과 자질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아는 사람이나 편한 사람을 찾는 대통령의 유별난 낯가림도 문제지만, 대통령실 인사가 대선 캠프에서의 기여도나 유력자의 영향력에 따라 배분되는 식이라면 두고두고 화근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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