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주가조작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를 한 사람에 대해 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에 행정적으로 제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금융거래 차단, 임원 선임 제한 등이 제재 수단으로 거론된다. 불공정거래 혐의자가 검찰 통보 후 형사처벌을 받기까지 2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해 미리 불이익이 될 만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 금융시장은 사익에 눈이 먼 불법 행위로 믿고 투자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올 1월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상장사 횡령사건이 터진 데 이어 계양전기, 아모레퍼시픽 등에서 직원 횡령 문제가 불거졌다. 돈에 대한 감시가 어떤 곳보다 철저해야 할 시중은행,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지역농협으로까지 횡령이 이어졌다. 시세 조종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 혐의사건이 매년 100건 넘게 적발되지만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일 뿐 드러나지 않은 주식사기 규모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금융사기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데도 사기범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한 기업사냥꾼은 2014년부터 6년 동안 주가조작 등에 연루돼 수백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기고도 8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범법자들의 재범 비율이 20%가 넘는 것은 이들이 당국의 처벌을 우습게 본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금융감독원 직원 9명이 여러 증권계좌로 거래하는 등 투자 규정을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이 받은 징계는 총 470만 원의 과태료가 전부다. 기강이 무너진 감독당국이 불공정거래를 엄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 위기 국면에서 한국 증시가 유독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각종 사기로 시장의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달러화 강세로 자본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시장의 투명성이 의심받는 ‘코리아 리스크’ 문제까지 겹쳐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금융사기범이 취득한 부당이득을 몇 배로 토해내게 하는 일벌백계의 조치 없이는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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