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이닉스·애플 긴축… 투자·고용 한파 심상찮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1일 00시 00분


경기 이천시 소재 SK하이닉스 ‘M16’ 공장의 모습.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7000㎡ 규모로 SK하이닉스 보유 생산 시설 중 가장 크다. SK하이닉스 제공
경기 이천시 소재 SK하이닉스 ‘M16’ 공장의 모습.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7000㎡ 규모로 SK하이닉스 보유 생산 시설 중 가장 크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수출 대기업들이 투자 시점을 늦추거나 보류하기 시작했다. 애플을 비롯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9%대 물가가 잡힐 때까지 기준금리를 끌어올리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의지가 분명해지자 소비 위축, 고용 감소를 동반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4조3000억 원을 투자해 내년 초 착공 예정이던 청주 낸드플래시 반도체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했다. 전자제품 수요 감소, 재고 증가로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 메모리 3위 미국 마이크론도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LG엔솔은 환율 급등 등의 이유로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을 재고하기로 했다.

국내외 테크 기업도 몸을 사리고 있다. 애플은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냈는데도 일부 사업부문의 연구개발, 채용 예산을 줄이기로 했고 테슬라는 10%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30% 줄인다. 카카오, 쿠팡 등도 채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올해 초 높은 연봉을 보장하며 인재를 쓸어 담던 때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제 막 문턱에 들어선 세계적 경기 침체는 최소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41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물가를 금리 인상으로 잡으려면 실업률 증가, 소비 감소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2분기 성장률이 0%대에 머문 중국,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유럽연합(EU),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도산 위기를 맞은 신흥국 등 전 세계가 동시에 경기 침체 빙하기에 접어들고 있다.

기업들이 속속 긴축·비상 경영체제로 전환하면서 하반기 한국의 투자, 고용에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직후 10대 기업이 5년간 1000조 원 투자, 40만 명 가까운 채용을 약속했지만 불과 두 달 만에 계획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위기다. 정부와 정치권은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 투자 유인책을 총동원하고, 주 52시간제 개편 같은 노동유연성 제고를 서둘러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과 급격한 경기 추락을 막아야 한다.


#인력감축#고용한파#비상 경영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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