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 내내 국익과 국민보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했다. 실패한 정책의 반복으로는 민생을 살릴 수 없다”며 전 정부 정책의 전면 수정을 강조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의 인사 난맥상, 대북 사건 수사 등 국정운영을 집중 공격하며 “정부여당이 당장 해야 할 일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고 ‘민생’을 17차례나 외쳤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도 넉 달, 새 정부가 출범한 지도 두 달을 훌쩍 넘겼지만 여야의 언사는 여전히 선거전을 방불케 하는 거친 ‘네 탓’ 공방에만 머물러 있다. 권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문재인 청와대’ 등 전직 대통령 이름을 16차례나 거론하며 작금의 민생 위기를 ‘전 정부가 떠넘긴 유산’이라고 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새 정부의 낮은 국정지지율을 ‘정권 말 레임덕 수준’이라고 조롱하며 현 정부의 무능과 불통을 탓했다.
그러면서 말끝마다 ‘민생’을 내세웠지만 그것은 이젠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핑곗거리 빈말로 전락했다. 여야는 50일 넘는 공전 끝에 겨우 국회 문을 열었지만 아직까지 후반기 원 구성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민생과는 상관없는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힘겨루기에다 탈북어민 강제 북송과 대통령실 직원 채용 논란에 대한 날 선 장외 공방만 거듭하면서 또다시 어제까지라고 국민에게 약속한 원 구성 시한마저 넘겼다.
이런 정쟁의 늪에서 협치는 기대할 수도 없다. 민생과 관련해 여야 의견이 일치되는 부분도 근로소득자 식대 비과세 한도를 늘리고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정도다. 거의 모든 정책에서 여야는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어제 민간 경제활력 제고 차원에서 법인세 소득세 인하 등 세제 개편안을 내놨지만 야당은 즉각 “재벌·부자 감세”라며 반대했다. 여야는 시각차를 줄이기 위한 논의의 장마저 막아 놓은 상태다.
지금 서민과 자영업자, 기업인들은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 국민의 고통 앞에 여도 야도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여당은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지 않고선 원활한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전 정부의 실패가 지금의 무능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야당도 다수당으로서 책임의식 없인 두 차례 선거 패배가 끝이 아닐 것임을 알아야 한다. 타협 없는 반대는 결국 제 발목 잡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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