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단 때리고 보자’는 징세편의주의 이젠 바꾸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5일 00시 00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55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55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국세청은 22일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앞으로 세금을 잘못 매겨 과세 불복 소송에서 패소한 세무 공무원에 대해 상여금을 삭감하는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직원별로 세금소송 결과를 인사 평가에 반영해 과세 오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세청이 투명한 세무행정을 강조했지만 역대 어느 정부도 ‘일단 세금을 때리고 보자’는 무리한 과세 관행을 없애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조세심판원에 청구된 100억 원 이상 내국세 사건 중 국세청이 패소한 비율은 54.3%에 이르렀다. 고액 과세사건 절반 이상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말이다. 기업이 과세에 불복해 행정소송으로까지 간 경우에도 국세청의 패소율은 11%를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기업이 제기한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일부 또는 전부 패소한 비율이 30%가 넘는다. 주먹구구로 이뤄지는 세금과 과징금으로 당국에 대한 기업의 신뢰가 추락한 지 오래다.

기업은 잘못된 세금을 고지받은 당일부터 금전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개인이나 자영업자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납세자가 세금 부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일단은 해당 세금을 낸 뒤 이의신청, 조세심판, 행정소송 등 복잡한 불복 절차를 거쳐야 한다. 불복 과정에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고도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기약조차 하기 어렵다. 지난해 납세자가 조세심판을 청구한 뒤 결과를 받아보기까지 역대 가장 긴 평균 196일이 걸렸다. 기업의 경우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한번 훼손된 이미지를 완전히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이 세금 문제를 특히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은 국세청의 과세 기준을 종잡기 힘든 데다 기준이 모호한 세무조사가 언제 시작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국세청이 22일 올해 기업 관련 세무조사를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중요한 것은 조사 건수가 아니라 조사의 신뢰도다. 국세청 스스로 기업에 과도한 세금을 먼저 때리고 보는 ‘징세편의주의’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은 예측 가능한 세금에서 시작된다.
#국세청#징세편의주의#일단 때리고 보자#이젠 바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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