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 시간) 백악관 행사 중이었다. 한 미국 기자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뒤를 돌아봤다.
“그들은 내가 재선에 나서길 원합니다.”(바이든 대통령)
“3분의 2가 원하지 않습니다.”(기자)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에게 다가갔다. 신경질적인 표정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다시) 봐요. 당신(기자)들은 모두 똑같아. 그 조사는 민주당 지지층의 92%가 대선에서 내게 투표할 것이라고 했어.”
미 뉴욕타임스와 시에나칼리지의 11일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 64%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바이든 대통령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이 기자는 이를 공격적 질문 소재로 삼았다. 발끈한 바이든 대통령이 인용한 수치는 틀리진 않았다. 같은 조사에서 ‘오늘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결하면 누굴 지지할지’ 물은 데 대한 답이다. 하지만 트럼프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로 해석하는 건 무리다.
19일 CNN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38%였다. 62%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커버스토리에서 1950년대 이후 미국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대단한 업적이라고 비꼬았다.
4년 임기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지지율이 30%대다. 월스트리트저널 부편집장 출신 칼럼니스트 대니얼 헤닝거는 “침몰하는 배”에 비유했다. “사실상 레임덕 대통령”이라고 했다.
미 언론은 핵심 이유로 고물가를 꼽는다. CNN 조사에서 응답자 75%가 미국인들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플레이션과 생활비를 들었다.
지지율 추락 원인이 더 있다. 이게 훨씬 심각하고 결정적인 이유다. 인플레이션 대처가 낙제점이다. 같은 조사에서 68%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가장 급박한 문제에 충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도는 인플레이션 대응(25%) 경제(30%)에서 특히 낮았다.
지난해 많은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고물가가 별것 아니라는 낙관론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에 대해 진지하게 사과하지 않는다.
올해는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 CNN 조사의 응답자 64%는 미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엔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한다.
무책임한 태도가 더 큰 위기를 불러온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젊은 세대마저 등을 돌린다. 뉴욕타임스-시에나칼리지 조사에서 30세 이하 민주당 지지자의 94%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를 반대했다.
패착을 부른 건 중국도 러시아도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 자신이다.
한국갤럽이 22일 발표한 7월 셋째 주(19∼21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32%다.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60%다. 30%대 지지율, 60%대 부정평가가 바이든 대통령을 닮았다. 부정 평가 이유 2위가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는다’(10%)는 지적이다. 인플레이션 대처에 낙제점을 받은 바이든 대통령과 비슷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간 지지율 43%를 넘은 적 없다. 미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 운명을 결정할 11월 중간선거까지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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