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지현]윤석열과 이재명의 지독한 공생관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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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정치부 차장
김지현 정치부 차장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던 3·9대선이 끝난 지 5개월도 안 됐건만 윤석열, 이재명의 ‘투샷’을 또다시 자주 보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대선 패배 후 기어이 국회에 입성한 이재명 의원이 이제 당 대표까지 하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엄청난 이변이 생겨서 이 의원이 떨어지거나 중도 포기하지 않는 한 두 사람은 이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로 비호감 대결 2라운드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둘 간의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은 이미 돌아가기 시작했다. 17일 이 의원이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 논평을 내고 “이제 ‘방탄 배지’를 넘어 당 대표라는 ‘방탄 갑옷’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검경도 대장동과 성남FC 후원금,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등 이 의원 관련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8·28 전당대회에 임박해 수사 결과가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에 이 의원 측은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지만 정작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스스로 키운 사법리스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의원과 당권을 두고 경쟁하는 한 97그룹 의원은 “자꾸 97그룹에 새 비전을 제시하라고 하는데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이재명 리스크 없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것보다 더 훌륭한 비전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사석에서 웃자고 한 얘기지만 충분히 공감되는 말이다. 당직자들 사이에선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경찰의 날’, ‘법의 날’에 민주당은 어떤 메시지를 내야 하느냐”는 ‘웃픈’ 고민도 나온다고 한다.

그나마 이 의원에게 위안이 되는 건 윤 대통령도 이에 질세라 열심히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도어스테핑 때마다 쏟아지는 거칠고, 공감능력 떨어지는 언사를 보면 ‘사람 좋은 석열이 형’ 이미지로 당선된 사람이 맞나 싶다. 내각 인사 참사 질문에 “전 정권은 잘했냐”고 되묻고, 지지율 하락엔 “그 원인을 알면 어느 정부나 잘했겠죠”라고 했다. 특유의 손가락질까지 곁들이면 꼭 국민들과 싸우려는 사람 같다.

그 탓에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두 달 만에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익명의 여권 관계자가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내려가면 탄핵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인터뷰를 해서 파장이 일었고, 민주당도 “또 한 번 불행한 탄핵의 역사가 되풀이될지 모른다”(김민석 의원)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박홍근 원내대표)이라며 연일 탄핵을 경고 중이다. 한동안 조용하던 추미애, 조국 전 장관마저도 스멀스멀 SNS를 재개했으니 여권의 위기는 확실해 보인다.

황당한 건 여권도 지지율 반등 카드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점이다. 민주당 설훈 의원 말처럼 그가 여당의 ‘꽃놀이패’가 돼서 윤 대통령 지지율을 알아서 회복시켜 줄 것이란 기대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아무리 윤 대통령이 실망스러워도 ‘그래도 이재명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이냐’라고 위안 삼는 사람이 아직 많다”고 했다.

결국 윤석열과 이재명은 서로의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지독한 상리 공생관계다. 그 둘 사이에 껴서 답답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국민들만 애꿎은 피해자다.

#윤석열#이재명#공생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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