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우발적 사건이었다. 7월 15일 금요일 낮 12시 11분, ‘윤 대통령 지인 ‘강릉 우 사장’ 아들도 대통령실 근무’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사적 인연이 있는 인사의 대통령실 채용 사례가 또 나왔다는 보도였다. 오후 2시 반, 더불어민주당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이 더 안전하겠다”며 발 빠르게 따라붙었다. 오후 4시 25분, 대통령실은 “선거 캠프에서부터 활동했고, 대선 승리에 공헌했다”며 ‘공정한 채용’이라고 반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채용의 적절성을 놓고 할 말은 있었다.
사건을 이슈로 키운 것은 경솔한 해명이었다. 오후 5시 50분,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걔는 내가 추천한 거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권 원내대표의 지역구가 강원 강릉이다. 그는 “9급으로 들어갔는데 뭘” “내가 미안하더라고.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 강릉 촌놈이”라고 말을 쏟아냈다. 해명은 공정에 민감한 2030세대의 감수성을 건드렸다. 오후 7시 24분, 여론이 심상치 않자 권 원내대표는 야당으로 화살을 돌렸다.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에서) 25세 청년을 청와대 1급 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은 공정한 채용이었느냐”고 했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은 ‘탁현민 신공(神功)’으로 거들었다. “탁현민 등 운동권 출신 비서관, 행정관은 다 사적 인연으로 특채한 것이 아니냐”고 댓글을 달았다.
주말 동안 공시생 등을 중심으로 민심이 들썩였다. ‘민심 난독증’은 분노에 기름을 붓는다. 7월 17일 일요일 오전 11시, 권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사적 채용은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은 비서실장부터 대부분 별정직이라는 것이다. 사건은 이미 ‘공정’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 이슈로 번졌다. 그런데도 여권은 “특채가 관행”이라는 얘기만 반복했다. 오후 4시 36분, 강승규 대통령시민사회소통수석까지 이슈에 가세했다. “부당한 사적 채용이라는 주장은 선출직 대통령 비서실의 특성을 간과한 폄훼용 ‘프레임’”이라고 했다. 국민은 벽을 보고 얘기하는 것처럼 갑갑함을 느꼈다. 야당에서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과는 언제나 늦다. 7월 19일 화요일 오후 4시 52분, 다른 채용 의혹 보도가 잇단 뒤에야 대통령실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이 있는지 내부를 한번 더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다음 날 권 원내대표도 “청년 여러분께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사건이 이슈로 비화한 지 엿새, 그사이 발표된 각종 민생 대책들은 묻혔다. 이것이 대통령실과 여당, 그것도 ‘윤핵관’이 우발적 사건을 국민적 이슈로 만들어 간 과정이다.
오해는 흔하고 이해는 희귀하다고 했다. 그렇기에 정권을 책임지는 이들은 오해에 맞설 게 아니라 실망감을 헤아려 답해야 한다. 그 자세를 국민들은 본다. 제때 진화되지 않은 논란들이 쌓이며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한국갤럽)는 지난주 60%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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