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명품 버거집이 속속 오픈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 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 버거 브랜드인 슈퍼 두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굿 스터프 이터리, 영국 출신의 유명 요리사인 고든 램지의 수제 버거에 이어 구찌 오스테리아가 그것이다. 빅맥 세트가 5900원인 대한민국에서 2만, 3만 원의 버거가 이슈가 되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들의 공통점이 미국계 버거 체인을 국내 대기업들이 수입하는 것이 대세라는 것도 그렇다.
프랑스는 정반대다. 대자본이 투입된 기업형 버거 업체나 프랜차이즈 업체보다는 열정 있는 셰프들이 오랜 연구 끝에 문을 연 곳들이 승승장구한다. 버거는 미국 문화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파리지앵들에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대받던 음식이다. 버거킹부터 ‘파이브 가이스’까지 다양한 프랜차이즈가 프랑스에 진출했지만 현지인보다는 관광객들이 주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프랑스 수제 버거의 원조는 ‘르 카미옹 키 퓜(Le Camion Qui Fume)’이다. 파리에 요리 공부를 하러 왔던 이가 푸드트럭을 열어 버거를 전문으로 팔면서 인기를 얻었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월드 베스트 20’ 버거집에 선정되기도 했던 이 브랜드는 현재 파리에 3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노르망디의 신선한 쇠고기와 숙성된 체더치즈, 그리고 신선한 번을 사용하는데 캐러멜라이징된 양파와 바비큐 소스가 어우러진 바비큐 버거가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파리 뉴욕(PNY) 버거’는 뉴욕 버거 스타일의 푸짐함에 파리지앵 스타일의 섬세한 디테일을 더해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영국 서머싯의 작은 농장에서 생산되는 6∼18개월 숙성 치즈를 사용하고 50여 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만들어진 폭신한 빵과 패티의 결합은 흠잡을 것이 없다. 특히 바삭한 양파 튀김과 베이컨이 들어간 ‘The Return of the Cowboy’는 버거 마니아들 사이에서 파리 최고의 버거로 사랑받고 있다.
미슐랭 3스타 셰프이자 우리나라에도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연 야니크 알레노 셰프, 그리고 그의 아들. 이 부자가 파리에 론칭한 버거집 ‘버거 페르 에 피스(Burger p‘ere & fils)’를 최근 찾았다. ‘미식가를 위한 버거’라는 가치를 내건 이들은 노르망디산 쇠고기를 숙성시키고 최고의 스테이크를 구워내듯 세심하게 조리하되, 튀겨낸 빵이 주는 바삭함을 더해 자신들만의 스타일(사진)을 완성했다. 손으로 커팅한 감자에 타임, 로즈메리, 파프리카 등을 훈연시킨 감자튀김이 곁들여 나온다.
어디에서 즐기든 파리에서 버거를 먹을 때 놓쳐서는 안 될 팁이 있다. 고기는 반드시 미디엄이나 미디엄 웰던이 아닌 레어(프랑스어로는 ‘세냥·saignant’)로 주문할 것. 팍팍한 고기를 먹었다며 불평하지 않으려면 잊어서는 안 될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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