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에 빠진 청년[이은화의 미술시간]〈225〉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8일 03시 00분


조르주 드 라투르 ‘다이아몬드 에이스의 속임수’, 1636∼1640년.
조르주 드 라투르 ‘다이아몬드 에이스의 속임수’, 1636∼1640년.
술, 도박, 여자! 남자를 유혹하고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3종 세트다. 이 세 가지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 추락한 남자가 어디 한둘일까. 고대 신화나 성경뿐 아니라 현대의 일상 속에서도 그런 남자 이야기는 흔히 접할 수 있다. 17세기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투르는 한 부유한 청년이 유혹의 덫에 걸려든 장면을 그림으로 남겼다.

라투르는 루이 13세가 작품을 구입할 정도로 생전에 큰 인기를 누린 화가였다. 신앙심을 고취시키는 경건한 분위기의 종교화로 명성을 얻었지만 도덕적 교훈을 주는 장르화에도 능했다. 이 그림은 속임수가 난무하는 세상의 일면을 날카로우면서도 위트 있게 풍자한 장르화다.

화면 속에는 탁자에 둘러앉아 카드 도박을 하는 세 사람이 등장한다.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차려입은 오른쪽 청년은 손에 쥔 카드만 쳐다보고 있다. 가슴이 반쯤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은 가운데 여성은 매춘부다. 술시중을 하는 하녀는 청년의 카드 패 정보를 그녀에게 슬쩍 건네고 있다. 왼쪽에 앉은 사기꾼은 승패를 결정할 다이아몬드 에이스 카드를 이미 여러 장 확보했다. 물론 속임수로 말이다. 청년을 제외한 세 사람은 익숙한 듯 각자 맡은 역할에 집중하며 협력하고 있다. 어쩌다 도박판에 걸려든 청년은 가진 금화를 다 잃을 게 뻔하다. 사기꾼 남자는 자신의 카드를 정면으로 내밀어 보여주며 화면 밖 관객도 범죄의 방관자로 끌어들이고 있다.

부자 청년은 과연 순진해서 당한 걸까? 글쎄다. 그가 사기꾼의 희생양이 된 건, 어리석음과 주체하지 못한 욕망 탓일 게다. 상황 파악 못 하고 오직 자신의 손안에 든 카드 패만 보는 아둔함 때문일 것이다. 이후 청년은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반듯한 삶을 살아갔을까. 아니면 거듭된 유혹에 빠져 인생의 파국을 맞았을까. 그도 아니면 부와 권력을 가진 아버지에게 일러 이들을 몽땅 처벌하고 자신은 또 다른 쾌락 속에 살았을까. 17세기 그림이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조르주 드 라투르#다이아몬드 에이 스의 속임수#부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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