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25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인 그제 이른바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정은은 “더 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의 추태와 객기를 봐줄 수 없다”고 윤 대통령의 실명을 들어 거친 말폭탄을 쏟아냈다. 나아가 미국을 향해서도 “그 어떤 군사적 충돌에도 대처할 철저한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은이 직접 윤 대통령을 거명해 협박과 비방에 나선 것은 대북 강경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 맞서 본격적인 기세 싸움을 벌이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미 대선 전부터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위협하는 한편 선전매체를 내세워 새 정부를 향해 ‘역도’ 같은 막말을 퍼부어 왔다. 남측 정부가 바뀔 때마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북한은 남북관계를 강대강 대결 국면으로 끌고 가면서 향후 정세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남측 새 정부의 대응력을 시험해 보겠다는 북한의 상습적 도발 본능은 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시기에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대폭 축소됐던 연합훈련을 정상화해 중단됐던 실기동훈련도 재개할 계획이다. 이에 반발해 북한은 7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도발 같은 무력시위 수준을 넘어 국지적 무력도발로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상황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는 북한 위협에 맞서 의연하게 우리의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최악의 군사적 도발까지 감안해 한미 동맹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과시하는 한편 3축 체계 같은 우리 군의 대응력을 재점검하며 방위태세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유연한 접근도 모색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8·15 광복절을 기해 북한에 제시할 ‘담대한 제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힘에 의한 평화’는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 아래 김정은이 도발을 단념하고 대화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외교적 노력과 함께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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