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30% 선 아래로 추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어제 나왔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28%,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62%로 각각 집계됐다. 국정 지지율 40% 선이 무너진 지 한 달도 안 돼 30% 선마저 무너진 것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불과 80일 만에 국정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한 것은 심각한 민심의 경고음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각종 인사의 ‘지인 챙기기’ 논란과 김건희 여사 관련 잡음, 윤핵관 등 여권 내 권력 갈등으로 중도층이 대거 이탈한 가운데, 그래도 기대를 갖고 관망하던 지지층마저 끝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민심이 실망을 넘어 국정 운영이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을 잃어가는 상황인 것이다.
새로이 민심의 이반을 가속화한 원인은 최근 벌어진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논란, 윤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이 주고받은 ‘내부 총질’ 문자 노출 사태일 것이다. 일선 경찰의 거센 반발을 낳은 경찰국 신설은 새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독선적 국정 운영에 대한 거센 비판 여론을 불렀다. 이번 갤럽 조사에서도 경찰국 신설에 대해 정부의 과도한 조치라고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윤 대통령의 여당 내 권력투쟁 개입 논란을 부른 ‘내부 총질’ 문자 사태는 그간의 당무 불개입 입장과는 다른 속내를 들킨 것이어서 대통령의 말에 대한 신뢰 문제까지 낳았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이례적인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단 침묵함으로써 곤혹스러움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 지지도의 추락은 중대한 리더십의 위기를 부르면서 국정 운영의 동력을 떨어뜨린다. 당장 연금개혁이든 노동개혁이든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을 극복해야 하는 민감한 과제의 추진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는 국정의 또 다른 축인 여당의 분열을 부추길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오늘부터 여름 휴가에 들어간다. 오랜만에 갖는 휴식의 기회겠지만 치열한 반성과 고심의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대선에 나선 후보로선 거침없는 직진의 전사였겠지만 이제 대통령으로선 사려 깊은 경세가가 돼야 한다. 열성 지지층마저 실망감을 표출하는 지금, 윤 대통령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내 편이 아닌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지도자로서 생각도 자세도 달라지는 심기일전의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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