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제 열린 2시간 17분간의 전화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시 주석은 “외부세력의 간섭에 반대한다”며 “불장난하면 스스로 불에 타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해협의 현 상태를 일방적으로 바꾸거나 평화, 안정을 해치는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두 정상은 러시아와 경제, 인권 문제를 놓고도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두 정상의 통화는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8월 대만 방문 추진을 놓고 미중 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시점에 이뤄졌다. 중국은 그가 방문을 강행할 경우 “반드시 대응하겠다”며 대만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푸젠성의 공군기지에는 전투기와 무인폭격기를 집결시켰다. 이에 맞서 미국도 항공모함 전단을 대만해역 인근으로 급파한 상태다.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도 두 정상이 거친 위협과 경고만 주고받은 결과가 됐다.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갈등은 한반도에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당장 주한미군의 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미국은 해외 병력의 유연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다른 지역의 유사시 상황에 대비한 주한미군의 이동 가능성을 검토해왔다. 후순위로 밀려난 북핵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질 우려도 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 등으로 가뜩이나 안보 불안이 커진 상황이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을 빌미로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전멸” 위협까지 내놨다. 그러나 미중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전한 백악관 브리핑에 북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미중 갈등 속에 복잡해지는 아시아의 안보 구도는 이제 그 파장까지 고려한 대미, 대중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군과 외교 당국은 어느 때보다 면밀히 미중 간 움직임을 살피며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들을 점검해 나가야 한다. 한반도 바깥의 움직임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을 갖고 대비태세를 다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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