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어제 당 대표 직무대행직을 사퇴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배현진, 조수진, 윤영석 최고위원의 연이은 최고위원직 사퇴로 촉발된 당 지도부 쇄신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권 직무대행에게 보낸 ‘내부 총질하던 당 대표’ 문자 논란이 증폭되면서 현 지도체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 지도체제 구성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비대위 체제라는 그림만 나와 있을 뿐 구체적인 로드맵을 놓고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당원권 정지 징계 상태인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사퇴에 대해 “각각의 이유로 당권의 탐욕에 제 정신을 못 차린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최고위원들은 최고위원직을 고수할 태세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김기현 의원은 빠른 시일 안에 당 대표를 새로 뽑는 전당대회를 선호하고 있다.
이런 갈등의 이면엔 권력투쟁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이 대표를 따르는 ‘이핵관’은 ‘윤핵관’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윤핵관도 내부적으로 ‘권핵관’ ‘장핵관’으로 쪼개졌다고 한다. 국정에 무한책임을 져야 할 집권여당 인사들이 서로 자기 지분을 챙기려고 싸우는 한심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제사보다는 젯밥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는 형국이다.
여당 지도부 교체는 국정의 또 다른 축인 대통령실 쇄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주의 깊게 듣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대통령실 쇄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윤 대통령 스스로 국정운영 스타일 쇄신에 나서야겠지만 업무 역량이 미흡한 참모들이 있다면 과감하게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사적 인연으로 얽힌 정권 실세들이 대통령실과 여당, 정부 곳곳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선 논란이 제기된다면 개편 효과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실과 여당은 원점에서 새판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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