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년부터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겨 만 5세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방안을 보고했다. 박 부총리는 그 배경으로 “출발선상 교육 격차를 조기에 국가가 책임지고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사와 교실 확충이 어렵고 입시·취업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만 5세를 매년 일정 비율(25%)로 나눠 단계적으로 취학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그동안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와 산업 발달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에 맞춘 학제 개편에 대한 지속적인 사회적 요구가 있었다. 사회 진출이 빨라지면 결혼과 출산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 생애노동시간이 길어져 생산가능인구도 늘어난다. 이런 기대효과에도 1949년 교육법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만 6세로 정해진 뒤 지금까지 바뀐 적이 없다. 초중고교뿐 아니라 대학, 기업, 군대 등 사회 전체의 시간표를 바꾸는 일이라 이에 따른 저항과 비용이 컸기 때문이다.
이렇듯 오래된 난제임을 모를 리 없는 교육부가 ‘깜짝’ 학제 개편을 발표한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학제 개편은 대선공약에도,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육을 담당한 시도 교육청과 사전 협의도 없었다고 한다. 학제 개편은 언제, 무엇을 가르치나 하는 교육과정 개편과도 직결되는데 이는 언급조차 없었다.
예고 없는 졸속 정책은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온다. 당장 만 6세 형들과의 경쟁을 우려하는 학부모, 하교 시간이 이른 초등학교 조기 입학에 보육 부담이 늘어나는 맞벌이 부모, 발달단계가 다른 만 5세 아이를 가르치게 될 교사 등은 학제 개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단체들도 사전 의견 수렴이나 정책 연구 없이 정책을 내놨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정책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미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책이라고 결론이 정해진 의견 수렴이나 정책 연구가 되어선 안 된다. 학생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효과와 역효과를 잘 따져보고 추진하더라도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노동력 확보 같은 논리로만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교육계도 시대에 맞는 학제 개편에 대한 기대가 있는 만큼 열린 마음으로 정책 숙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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